'알기 쉬운 자막' 방송 효과 분석 사업보고회 열려
성인 발달장애인당사자가 직접 '알기 쉬운 자막' 제작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주관으로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기 쉬운 자막' 방송 효과 분석 사업보고회가 20일 늦은 2시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렸다.

 

각종 오락 프로그램이나 뉴스, 다큐멘터리 등 방송에서 나오는 수많은 자막을 발달장애인들은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을까?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기 쉬운 자막’ 방송 효과 분석 사업보고회가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주관으로 20일 늦은 2시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렸다.

 

이날 사업보고회에서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거나 직업훈련생인 성인 발달장애인 10명이 KBS뉴스9와 개그콘서트에 직접 ‘알기 쉬운 자막’을 제작한 내용과 결과를 발표했다.

 

개그콘서트의 ‘알기 쉬운 자막’을 제작하는데 참여한 조태환 씨는 “인큐베이터, 노잣돈, 하극상, 아메리카노, 추어탕 등 모르는 단어들이 너무 많았다”라면서 “아메리카노, 추어탕 등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직접 마시고 먹으며 체험을 했다”라고 전했다.

 

조 씨는 “모르는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글, 모르는 단어를 알려주는 문구, 사진 삽입 등으로 더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사업보고회의 발제를 맡은 경민대 자치행정학과 남영진 교수는 “지난해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가 수행한 연구에서 1003명의 발달장애인 중 80.4%가 방송에서 쉬운 말을 쓰면 좋겠다고 답했다”라면서 “이에 올해는 발상의 전환으로 발달장애인당사자가 직접 프로그램에 ‘알기 쉬운 자막’을 넣는 시도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넉 달 동안 700명의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알기 쉬운 자막’을 입힌 프로그램과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라면서 “응답이 불성실하거나 현저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된 123개의 설문지를 제외한 577개의 설문지를 분석한 결과 ‘알기 쉬운 자막’을 넣은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 만족도, 정보성 및 내용활용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라고 전했다.

 

남 교수는 “이는 시·청각장애인처럼 발달장애인에게도 방송 등에서 장애유형에 맞는 정보제공 방식이 필요하고 유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라면서 “즉 이번 연구는 발달장애인들이 기존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고쳐 자막을 넣어 재제작하는 방식으로 발달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편의제공의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기 쉬운 자막'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사례 발표를 진행하는 모습.

 

이어 토론에 나선 함께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최석윤 회장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방송에 대한 발달장애인의 욕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방송이 발달장애인과 같은 소수를 무시한다면 이는 이미 방송이 가져야 하는 보편성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다만 발달장애인의 경우 장애특성과 장애정도로 볼 때 세분화가 가능하므로 방송에서 발달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려고 할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가 문제가 될 수 있다”라면서 “아울러 현재는 ‘알기 쉬운 자막’을 입히는 수준으로 진행되었으나 앞으로 더욱 내용이 풍부해질 것인데 이때 발생하는 다양성을 어떻게 안고 갈 수 있을 것인가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유세경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처음 진행한 연구라는 점에서 이슈화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라면서 “다만 최석윤 회장이 지적한 것처럼 발달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어떤 수준에 맞추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 교사는 “아울러 지금 요구는 초보적 단계이므로 특수·심리·언어 등의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함께 진행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이후 정책적으로 필요성이 인식되면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선별해 이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사무국장은 “이번 연구 주제가 성인 발달장애인의 필요와 욕구라는 점은 확인되었지만, 연구 자체가 당사자들의 강한 요구와 문제 제기로 시작하지 않았던 점은 아쉽다”라면서 “하지만 이번 연구는 방송 장르 자체의 목적, 그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아울러 이번 연구는 발달장애인당사자가 직접 프로그램을 해석하는 등 연구주체가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의의”라면서 “다만 발달장애인의 문제에 식견과 관점을 가진 방송 제작 전문가들을 연구에 참여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큰 한계였다”라고 덧붙였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홍종배 콘텐츠진흥부장은 “현재 아마존의 눈물 등의 다큐멘터리에 자막, 수화, 화면해설 등을 넣는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자막을 넣자고 강조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책당국에 당사자의 목소리가 들려야만 발달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부장은 “정책 당국에서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방송서비스를 지원하게 된 것도 과거 대선 토론회 당시 시·청각장애인들의 항의가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는 지난 3년간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발달장애인의 방송 접근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연구에서는 성인발달장애인의 80.4%가 방송용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0년 연구에서는 발달장애학생의 67%가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방송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토론을 경청하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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