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기자의 뉴스톡톡 13
고인들의 뜻을 왜곡하는 중증장애인 '보호' 종합대책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증액한 활동지원 예산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며 1박 2일간 국회 정론관에서 점거농성을 진행한 장애인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지난해 고 김주영 활동가, 박지우·지훈 남매의 잇따른 죽음으로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습니다. 이에 국회에서는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활동지원서비스 예산 615억 원을 증액시킨 바 있습니다.

 

그 615억 원 중에는 5억 원의 정책연구 예산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 예산은 고 김주영 활동가와 박지우·지훈 남매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더는 일어나지 않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책정된 것입니다.

 

그런데 28일 복지부는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그 연구는 중증장애인 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왜 복지부는 중증장애인 ‘자립’ 종합대책이 아니라 중증장애인 ‘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우선 복지부가 만들려고 하는 중증장애인 보호 종합대책 중에는 응급안전서비스가 있습니다. 이는 중증장애인에게 응급상황 발생 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 지역 사회의 소방서·지역센터와 연계해 24시간·365일 신속한 구조·구급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이 응급안전서비스는 2013년평창동계스폐셜올림픽세계대회에서 조직위원회가 실종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참가선수들에게 소지하도록 했던 위치추적단말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위치추적단말기에 대해 동아일보 등 중앙일간지는 ‘IT(정보통신) 코리아’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였다고 칭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위치추적단말기를 목에 다는 순간, 대회에 참가한 지적장애선수들은 ‘자립’의 주체가 아닌 ‘보호’의 대상으로, ‘보호’를 위해서는 사생활 침해쯤은 무방한 존재로 아로새겨진 바 있습니다.

 

당시 조직위원회가 참가선수 실종의 원인을 보호의 미비에서 찾고 위치추적단말기를 목에 달도록 한 것처럼 복지부도 고 김주영 활동가와 박지우·지훈 남매의 죽음의 원인을 보호의 미비에서 찾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똑같이 그 보호의 수단으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다고 합니다. 아마 응급안전서비스가 도입되면 다시 한 번 중앙일간지에 ‘IT(정보통신) 코리아‘가 다시 한 번 등장할 것 같습니다.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세계대회 한국대표선수단 출정식 모습.

 

그런데 응급안전서비스보다 더 장애인의 자립 이념을 훼손할 수 있는 내용도 이번 보도자료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활동지원급여에 단기보호, 주·야간보호 등의 급여를 추가하는 방안입니다. 단기보호, 주·야간보호는 예전에도 복지부가 활동지원급여에 포함시키려고 했지만 장애인단체들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한 부분이므로, 이 시도는 처음은 아닙니다.

 

만약 활동지원급여에 단기보호, 주·야간보호 급여가 추가된다면 결국 활동지원급여 체계는 노인요양보험처럼 크게 재가 급여, 시설 급여로 나뉘게 될 것입니다. 이는 활동지원급여 체계를 노인요양보험과 유사하게 만들어 결국은 자립보다는 요양으로 서비스의 본질을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고 김주영 활동가가 집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홀로 산 것은 ‘보호’를 거부하고 ‘자립’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보호’로 장애인을 바라보고 ‘시설’의 입장에서 정책을 입안하려고 하려는 것 같습니다. 고인들의 피 값으로 만들어낸 5억 원이 고인들의 의지와 반해 쓰이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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