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언어공대위, 활동 중간보고 기자회견 열어
"우리사회에 커다란 변화 요구하는 것… 장기적 싸움"

수화언어기본법 제정과 농교육 개선을 위해 꾸려진 수화언어 권리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수화언어권공대위)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과제를 검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수화언어권공대위는 7일 늦은 1시 이룸센터 교육실에서 수화언어권공대위 활동 중간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정보문화누리(아래 장애누리) 안세준 고문은 “수화언어권공대위의 활동으로 정부는 수화언어기본법을 만들겠다고 하고 농교육도 개선하겠다고 해 우리의 활동 목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라면서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수화언어권과 교육권을 시혜적인 관점이 아닌 권리의 관점에서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누리 함효숙 활동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수화언어기본법을 만들고 교육부가 농아인의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있는 것은 너무나 기쁘고 반가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나 지향점이 농아인의 권리를 완전히 보장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열악한 농아인의 현실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 활동가는 “따라서 저를 비롯한 농아인들은 지난 일 년 반 동안 싸워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라면서 “그 길에 수화언어권공대위 분들도 동참해주실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2011년 서울에 있는 학교를 대상으로 정당한 편의제공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나갔을 때 청각장애학생들은 와우수술을 받거나 보청기를 끼면 소리가 조금 들린다는 이유로 통합학급에서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박 사무국장은 “그러나 그 학생들은 다른 비장애학생들로부터 ‘사오정’이라고 불리며 차별과 소외를 당하고 있었다”라면서 “만약 수화가 언어로 인정받고 다른 비장애학생들이 수화를 배워 의사소통이 가능했다면 또 하나의 문화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과보고를 맡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2011년 영화 도가니 흥행을 계기로 장애여성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가장 먼저 강화되었고, 그다음으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통해 시설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됐다”라면서 “그러나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의 사회통합문제나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권, 교육권 보장 문제 등은 부각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남 정책실장은 “이때 장애누리가 영화관람권공대위와 수화언어권공대위를 제안하고 활동함으로써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권, 교육권 보장 문제가 비로소 사회 의제가 될 수 있었고, 지난 대선에서는 모든 후보가 수화언어기본법 제정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수화언어기본법이라는 ‘간판’만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 내용을 채우는 운동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수화언어기본법 제정과 농교육 개선 요구는 단순히 농아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특히 교육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예를 들면 일반학교에서 건청인들이 영어를 배우듯이 수화를 배우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또한 이러한 요구는 그동안 와우수술 등 청각장애인을 정상성의 관점에서 치료의 대상으로 보고 청각장애인의 정체성을 말살한 행위를 멈추라는 것이기도 하다”라면서 “앞으로 수화언어 권리를 확보해 청각장애인이 청각장애인임을 긍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상임공동대표는 “앞으로 있을 수화언어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이 정도면 되지 않았느냐?’라는 식의 적당한 타협을 거부하고 단호한 투쟁을 해야 한다”라면서 “또한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기에 모든 부분이 변할 때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속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수화언어권공대위는 2012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진행한 수화언어 권리 확보와 농교육 개선을 위한 활동을 조직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같은 해 5월 꾸려졌다.
이후 수화언어권공대위는 수화언어기본법 제정과 농교육 개선을 총선·대선 공약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으며, 박근혜 정부도 이를 국정과제에 반영했다.
한편, 수화언어권공대위는 오는 12일 이룸센터 교육실에서 정진후 의원(진보정의당)이 발의를 준비 중인 수화언어기본법안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