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만들어 갈 사람은 '부모들'
장애인은 왜 직업을 가지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것일까?
이 질문은 늘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왜 장애인은 시장바닥을 기어 다니며 물건을 팔거나, 지하철에서 구걸을 하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집안에 틀어박혀 꼼짝도 못하고 지내야 하는가. 왜 장애인은 수당이니, 연금이니 하는 것에 의지해 살아야 하고,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살아가야 하는가. 왜 장애인은 늘 불쌍해야 하고, 어렵게 살아야 하고, 늘 혼자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살아야 하는가.
장애인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그럴까. 아니면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
답은 둘 다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들 수 있겠고, 인식의 문제를 들 수 있겠고, 교육의 문제를 들 수 있겠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그 누구도 직업을 가질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누구나 땀 흘려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이고, 그 땀의 결실은 노동의 대가로 만들어져야 한다. 어떤 종류의 장애를 가진 사람도 직업을 가질 수 있고, 그렇게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삶의 질을 스스로 높여가는 방식이 그것이고, 일(노동)을 통해서 자신을 변화시켜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왜 장애를 가진 다수의 사람들은 직업을 가질 수 없는 것일까?
장애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몇 개가 될까? 제과, 제빵, 바리스타, 농사, 사무보조, 단순노동(봉투작업, 인형조립, 포장), 세차, 청소?
그게 그만인가?
관점을 바꿔보자. 장애인의 직업군을 최대치로 늘려 잡는다면 어느만큼 잡을 수 있을까? 장애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군과 동일하다는 생각이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지만 그런 기회를 단 한 번도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에 장애인이 직업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라 본다.
‘장애인이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는 것이 부모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가지는 생각이고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장애인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운영해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노동훈련장도 없고, 재활시설이 있지만 장애인들의 삶을 바꿔놓을 정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지원이라고는 돈이나 주고 나 몰라라 하고, 훈련의 성과를 1년안에 내지 못하면 그나마 지원도 끊기니 장애인을 위한 재활시설이라고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정말 장애인도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장애의 유형, 특성, 정도를 고려한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하고, 훈련기간도 같은 역시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들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답을 내기가 정말 어려운가.
문제의 답은 교육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장애인교육은 정말 단순하다. 가방 메고 학교에 가서 자리 하나 차지하고 있다가 시간되면 복지관이나, 치료실로 가는 것이 전부다.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의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건 교육이나 훈련이 아니라 보육의 개념이 더 강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충분하게 훈련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장애인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장애인교육이 시작된다. 글자나 숫자를 가르치고, 익히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교육은 하나의 훈련과정이라 할 수 있고, 그 과정은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직업훈련을 초등학교부터 시켜간다면 아무리 힘든 과정이라도 12년의 교육과정에서 반복과 훈련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성과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다양한 훈련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그 안에서 자신에게 맞는 기능을 찾아가고, 그 기능을 전문화시켜내기 위한 시간을 학교에서부터 시작해서 10년 이상의 시간을 한 개인에게 집중투자 한다면 누구라도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고, 그 결과는 사회에 진출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갈 수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단지 학교에 왔으니 별 탈 없이 지내다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학교의 몫이 돼 버린 것이다.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개인의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성공하는 경우만 환영하고 있다 보니 늘 장애와 관련한 문제는 부모와 가족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교육과정에서 장애인을 위한 직업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어 제공해 주면서 지역사회와 연계해 훈련해 간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부모의 역할은 그런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이지 돈을 더 많이 모아 아이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장애인이 아닌 사람으로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함께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결국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학교의 변화가 시급하다. 그 변화를 만들어 갈 사람들이 부모들이다.
내 아이가 장애가 있다.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그런 아이다. 심지어 똥, 오줌도 제 손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아이를 키우면서 사회생활이 가능할 것이란 꿈을 꾼다. 그것이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아이를 대하고 있다. 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제 몸 추스르는 것도 힘겨워 하는 아이에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 노력이 집에서, 학교에서 함께 이루어지고 학교에서는 더욱더 전문화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을 해 주면서 꾸준하게 훈련을 시켜 나간다면 꿈에 머물지 않고 현실로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