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대학생, 노동자들이 문화를 통해 연대하며 차별에 저항하는 불꽃을 한 곳에 피워올렸다.
420장애인차별철폐문화제 '숨통'이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주최로 17일 늦은 5시 30분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렸다. 문화제 사회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라나 활동가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허신행 활동가가 맡았다.
여는 발언에서 장애해방열사 단 박김영희 대표(진보신당 부대표)는 "아직 장애인들의 가슴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라며 "오늘을 함께 즐기고 장애인 차별이 철폐되는 날까지 함께 투쟁하자"라고 말했다. 노동가요 노래패 '노래공장'은 '나의 동지여', '가야하네' 등을 열창하며 문화제 첫 공연을 힘차게 열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오늘 우리가 사는 이 곳이 더 아름다울 수 있게"
현대자동차판매노조 노래패 '노래로 여는 세상'은 "현장 노래패이다 보니 투쟁가밖에 없다"라며 '전선은 하나'와 '주문' 등을 열창해 열띤 호응을 얻었다. 앙코르 곡인 '노래만큼 좋은 세상' 공연에는 대학생들이 무대로 나와 율동으로 함께하는 등 화합의 장이 연출되기도 했다. 노들장애인야학 학생과 교사들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우리 지금 만나'와 '별일 없이 산다'를 개사해 MB정권을 풍자하는 이색적인 무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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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판매노조 노래패 ‘노래로 여는 세상’의 노래 공연에 몇몇 대학생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몸짓을 하고 있다.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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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장애인야학 사람들이 '장기하와 얼굴들'의 <우리 지금 만나>와 <별일없이 산다>를 개사한 곡을 부르고 있다. ⓒ비마이너

'정신 없이 산다' - 노들과 얼굴들
네가 깜짝 놀랄 만한얘기를 들려주마아마 절대로기쁘게 듣지는못할 거다뭐냐 하면
나는 정신 없이 산다활보문제 걱정 많다나는 정신 없이 산다지침개악 미치 겠다
네가 들으면십중팔구불쾌해질 얘기를들려주마오늘 밤 절대로두 다리 쭉 뻗고잠들진 못할 거다그게 뭐냐면
우린 점거하러 간다우리 요구 들어줘라 우린 점거하러 간다우리 요구 들어줘라
이번 건 네가 절대로믿고 싶지가 않을 거다그것만은사실이 아니길엄청 바랄 거다하지만
우린 투쟁이 재밌다하루하루 치열하다우린 투쟁이 재밌다매일매일 신난다우린 투쟁이 재밌다하루하루 치열하다우린 투쟁이 재밌다매일매일 신난다 좋다
나는 정신 없이 산다~~~~아~~~~나는 정신 없이 산다~~~~아~~~~우린 투쟁이 재밌다~~~~아~~~~우린 투쟁이 재밌다매일매일 하루하루아주 그냥
대안세계화를향한대학생공동행동 지윤 단장은 연대발언에서 "모든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돈에 상관없이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라면서 "대학생공동행동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투쟁하고 있으며,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이윤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에 반대하는 대안을 세계화하도록 달려가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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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의 비닐을 찢고 나오는 사람들. ⓒ비마이너
이어 민중의 숨을 조여옴을 상징하는 비닐이 서서히 관객의 머리 위로 드리워졌다. 모든 관객이 비닐에 덮히자 사회자의 외침에 따라 참가자들은 숨통을 조이는 비닐을 찢고 나옴으로써 억압에서 벗어나 숨통을 조여오는 것들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일부에서는 찢긴 천막이 전동휠체어에 걸려 치우는 데 애를 먹는 등 웃음을 주기도 했다. 억압의 비닐이 찢기면서 무대에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몸짓패 '바람'이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에 맞춰 힘찬 몸짓공연을 선보였다.
한신대노래패 '강'은 모임의 이름이 "가장 낮은 곳에서 차별받고 배제당하는 동지와 연대 투쟁하는 의미"임을 설명하고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 줌 될 수 있다면'과 '강', 그리고 앙코르 곡으로 '노래여 날아가라'를 불렀다.
"방안에만 갇혀서 어떻게 사람 살 수 있나요 세상의 턱을 헐어 모두 함께 살아요"
올해 420문화제의 최연소 공연자인 김한(14세) 양은 "장애인 차별이 빨리 철폐되었으면 좋겠다"라며 '내 친구', '턱을 헐어요'를 불렀다. 맑은 목소리로 이 땅의 주체임에도 소외당하는 장애인의 현실을 노래하자 관객들은 '한 곡 더'를 외치며 환호했다. 김 양은 '여기에 촛불로'라는 노래로 열띤 무대를 마무리했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청각장애인의 학습 차별을 다룬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폐막작 '선배는 어떻게 공부했어요'가 상영됐다. 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 강환 부회장은 "농아인들은 듣지 못하기 때문에 통역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교수님 말씀이 금붕어처럼 느껴진다"라면서 "현재 정부의 복지예산삭감으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데, 수업문자 통역과 수화통역이 지원되어 마음껏 공부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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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 사회자가 전재희 장관의 얼굴 가면을 쓰고 휠체어에 앉아 있다. 지난 14일 국립재활원에서 장애체험을 한 전재희 장관을 비꼰 것. ⓒ비마이너

이어 사회자 허신행 활동가는 보건복지부 전재희 장관의 가면을 쓰고 나타나, 지난 14일 국립재활원에서 장애체험 행사를 한 전 장관을 비꼬며 "휠체어만 타면 장애를 체험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수동휠체어를 타고 등장한 전 장관의 모습에 곳곳에서 야유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점점 높아지는 열기 속에 중증장애인 노래패 '시선'이 무대에 올라 '휠체어로 가는 세상' 과 '새물' 등을 열창했다.
"밥은 먹었냐고, 먹을 거 혼자 먹을 줄 아냐고, 밖엔 어떻게 나왔냐고, 어디에 가냐고"
문화제 마지막은 래퍼 한낱의 공연이 있었다. '우리는 긴다'와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발언을 담은 '조각난 목소리', '밤 말은 쥐가 듣는다' 등의 공연은 참가자들의 열띤 갈채를 받았다. 뜨거운 연대의 힘으로 서로 끌어안으며 세 시간 넘게 진행된 420문화제는 이현규 감독의 진보 장애인운동 역사를 담은 영상 상영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홍구 회장은 "우리가 열심히 투쟁해서 만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다"라면서 "활동보조를 받다가 1급 장애인에서 2,3급으로 탈락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박 회장은 "420이 다가오는데 건널목을 건너가려해도 (경찰이)막으며 우리를 테러리스트 취급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문화제 참가자들은 4월 20일 다시 만나 결의할 것을 약속하고 '장애인 차별 철폐' 구호를 외치며 해산했다.
이날 문화제를 본 김문주 씨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420문화제는 어떠한 문화제보다 느끼는 점도 많고, 동지들도 많이 와서 좋다"라면서 " 함께 투쟁하자"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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