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공공 근린시설 96%가 장차법 진정대상
서울지역 공공 근린시설 96%가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는 25일 국가인권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주민센터 · 병원 · 우체국 · 경찰서 · 도서관 등 서울지역 공공 근린시설 625곳을 조사한 결과 597곳이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어 집단진정을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서울지역 장애인권리보장네트워크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 이행을 점검한 내용을 살펴보면, 장차법이 시행된 지 3년째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이번 점검에는 지체 · 청각 · 시각 등 35명의 장애인이 주민 센터, 우체국, 지하철 역사, 경찰서, 국공립병원, 보건소, 공공도서관, 구민회관 등 총 623곳을 민원인으로 찾아다니며 조사했다.
장애유형별 진정 내용을 살펴보면, 지체장애인은 화장실의 남녀 구분이 없거나 화장실 내부에서 전동휠체어가 회전할 수 없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2층에 화장실이 있는 등 화장실 관련 편의시설에 관한 진정이 가장 많았다.
청각장애인은 수화통역사가 없어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겪는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공공 근린시설 중 수화통역사가 배치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난청인들을 위해 주변의 소리를 확대해서 들려주는 기기인 FM 보청기기 또한 95% 이상의 시설이 설치하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은 세균감염의 이유로 보조견의 병원출입을 막고, 점자서류를 발급해주지 않아 일일이 다른 사람에게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민정 활동가는 2006년부터 철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철거되지 않고 있는 용마육교의 예를 들며 “도로 중앙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려면 목숨을 걸고 길을 건너야 한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장차법 시행된 후 얼마나 살기가 좋으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할 말이 없다”라고 꼬집으며 “우리는 다만 국민과 지역주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고 싶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조임숙 공동대표는 “겨우 4%만 장애인에게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대로 간다면 30년이 지나도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기 힘들다”라며 “오늘 진정을 계기로 10년 안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100% 갖춰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의 김세식 활동가는 “병원에 갔더니 수화통역사가 배치돼 있지 않았는데, 현행법상 장애인이 요청하면 7일 이내에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생사를 앞둔 청각장애인에게는 무용지물”이라며 “이는 청각장애인 보고 죽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지역 장애인권리보장네트워크는 지난해 9월 25일 결성돼 지난 3월과 4월에 장애유형별 점검표 교육을 마치고 6월까지 두 달 동안 감시 활동을 펼쳤다.
장추련 서재경 활동가는 “해당 공공 근린시설에 원래 민원제기를 할 생각이었는데 해당 시설이 편의시설을 구축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인권위에 진정하고 인권위가 시정권고를 내리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인권위에 집단진정을 하게 됐다”라고 이번 진정의 의미를 밝혔다.
장추련측은 “발달장애인영역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으나 이번 달부터 발달장애인 영역을 조사해 추후 다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