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 시대를 환영하며

7월1일 새 교육감이 취임한다. 진보교육감의 탄생. 가슴 졸이는 과정을 뚫고 우리들의 손으로 일궈낸 성과다. 이제부터 지혜가 필요하다. 서울교육에서 진보라는 이름으로 교육감이 당선되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존재하고 그것을 위해 교육감을 새롭게 탄생시킨 공은 모두의 것이다.

지혜가 필요한 부분은 각자 가지고 있는 기대와 욕심을 덜어내자는 것이다. 진보라는 이름으로 교육감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한순간에 표적이 된 것이라 할 수 있는 일이고 자리는 상당히 위태로울 수 있다. 교육관료 사회가 한 사람을 흔드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쉬울 수 있는 일이다.

이미 우리는 그런 경험을 통해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정부가 흔들고, 보수단체가 흔들고, 논객을 가장한 몰이식 언론이 흔들어 댈 것이 자명한데, 진보진영은 결과를 놓고 앞으로 변해야 할 것들의 목록을 작성하듯이 필요성을 강조하고 주장한다면, 그 역시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중심을 잡을 수 없도록 흔들어 대는 형상이 될 것이다.

 

진보교육감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노력한 모든 단위의 역할은 거기가 끝이다. 또한 취임을 위해 인수준비를 해 온 그룹들은 취임과 동시에 자신들의 역할이 끝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을 따져 자리를 탐한다거나, 그동안 받은 설움을 단박에 날려 버리기 위해 교육감을 흔들어 댄다거나, 일의 우선순위를 단체에서 정하려 든다거나, 공약을 지키라고 몰아세우거나, 진보라는 이름을 가지고 진보의 가치를 외면한다고 드잡이를 하려 든다거나 하는 행위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장애인교육. 정말 심각하다. 하지만 서울교육이 장애인교육만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이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야 할 일이다. 심각하고 부실한 장애인교육에 대한 변화를 바라는 기대치도 상당히 높다.

 

한순간 모든 것을 이루려 한다면 모두를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현실과 주장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 안에서 해결방안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우선이란 생각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서울은 기준점이 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견제도 상당히 심하게 이루어진다.

 

이미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교육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견제하기 위한 술수를 꾀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자치란 이름으로 행해지던 이전의 것들을 모두 회수해 가겠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 또한 서울시에서는 교육관련 부서를 신설해서 서울교육을 책임지겠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런 견제를 뚫고 교육감이 서울교육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 위해서는 당선의 과정보다 더 치열하게 바람막이 역할을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해 나가야 할 몫일지도 모른다. 특수교육법을 준수하고, 인권을 지켜내고, 장애인들의 교육권을 보호하고, 마음 놓고 학교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도 교육감이 존재해야 가능한 일이다.

진보교육감이라고 모든 것을 해소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를 지켜내기 위한 힘을 모아야 변화가 가능하다. 진보교육감은 도깨비방망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뭐든 원하면 뚝딱 만들어 내는 전지전능의 힘을 가진 것이 아니다.

교육감을 믿고 기다리며, 감시하고, 조언하고, 보호하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지 각 단위의 묵은 숙원을 풀어 달라 주장하는 것이 우리가, 혹은 진보가 해야 할 일은 아니란 생각이다. 쿠바혁명의 성공을 이루고 홀연히 명예를 버리고 떠난 ‘체 게바라’의 모습에서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어떤 것을 배워야 할지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느냐고 타박을 놓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은 한 사람의 힘으로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육감이 새롭게 바뀌었다고 서울교육이 어느 날 갑자기 바뀌지는 못할 것이다. 기존의 관습이 존재하고, 그것을 털어내지 못하는 한 그렇게 순식간에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고, 그것을 알고 있다면 새롭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함께 힘을 실어 나갈 방법들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욕심을 덜어내고, 기다려 줄 수 있다면 진보교육감이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하나, 둘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역할은 풀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고, 그 역할이 주어졌을 때 온 힘을 다해 앞으로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민과 관이 하나 된 힘으로 변화를 모색해 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 본다.

새 교육감이 자신의 뜻을 펼쳐갈 수 있도록 우리는 곁에서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최석윤의 '늘 푸른 꿈을 가꾸는 사람들'

 
복합장애를 가진 아이와 복작거리며 살아가는 정신연령이 현저히 낮은 아비로 집안의 기둥을 모시고 살아가는 다소 불충한 머슴.
장애를 가진 아이와 살아가면서 꿈을 꾼다.
소외받고, 홀대 당하는 모든 사람들이 세상의 한 가운데로 모이는 그런 꿈을 매일 꾼다. 현실에 발목 잡힌 이상(理想)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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