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받은 식탁-가난한 자들의 밥 이야기' 토론회
"최저생계비 높히고 편의증진법 전면 개정해야"

비마이너가 가난한 사람들의 ‘차별받은 식탁’을 찾아갑니다. 수급자 가구의 식탁을 찾아 최저생계를 보장하지 못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또한 중증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맛집을 찾아 함께 밥을 먹으며 모두에게 공평한 식탁은 무엇인지 묻고자 합니다.  

 

▲ '차별받은 식탁 - 가난한 자들의 밥 이야기' 토론회가 2일 늦은 3시 노들장애인야학 교육실에서 비마이너 주최로 열렸다.

비마이너가 연재 중인 ‘차별받은 식탁’을 통해 드러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과 편의시설의 실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차별받은 식탁 – 가난한 자들의 밥 이야기’ 토론회가 2일 늦은 3시 노들장애인야학 배움터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김선미 간사는 발제를 통해 민중생활보장위원회가 2010년과 2013년에 총 37개 수급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가계부 조사를 바탕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간사는 “2010년도 표준가구를 기준으로 한 최저생계비 내 식료품비의 비중은 37.6%, 51만 2210원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가계부를 조사한 대부분 가구가 이만큼 식료품비를 쓰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이처럼 낮은 식료품 지출은 주거비에 대한 주거급여 보장수준이 매우 낮은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간사는 “일반적으로 소득의 20% 이상을 주거비로 쓰면 과도하다고 보는데 수급가구의 경우에는 소득의 30~50% 정도를 주거비로 쓰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현행 주거급여는 지역별 주거비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주거보장의 수준도 매우 낮기에 대부분 수급가구는 현급급여를 주거비로 쓰고 나서 남은 돈을 식비로 지출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 간사는 “또한 최저생계비를 계측할 때 1~2인 가구에 적합하지 않은 4인 표준가구의 지출을 적용하고 가구원별 특성도 반영하지 않는 것도 식료품비 비중이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이유”라면서 “그 결과 2012년 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지원제도 활성화 연구’를 보면 수급가구의 28.7%가 영양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 간사는 “따라서 최저생계비 수준을 높이고 주거급여를 현실화해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이러한 맥락에서 그동안 개별급여 도입을 요구해왔다”라면서 “그러나 정부가 개별급여 도입을 내용으로 현재 추진 중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방안은 우려되는 바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방안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빈곤사회연대 최예륜 정책국장이 발표했다.

최 정책국장은 “비마이너 기획기사를 보면 수급자들이 한목소리로 주거비가 해결되면 식료품비로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다며 임대아파트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라면서 “그러나 정부의 개편방안대로라면 앞으로 주거급여는 실제 임대료를 기준으로 지급되므로 임대아파트에 갈 경우 오히려 주거급여가 깎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 정책국장은 “또한 정부는 각 개별급여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한다. 즉 정부의 개편방안은 급여를 각 부처로 나눠 수급자의 권리를 쪼개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정부의 개편방안은 급여의 권리성을 해체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위상과 취지를 훼손하는 개악안이 될 위험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쪽방에 사는 홈리스 대부분은 별도의 취사공간이 없어 각자의 방 안에서 휴대용 가스버너, 전기밥솥 등으로 이용해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데 여름철 화기, 음식의 보관, 식기구로 인해 좁아지는 방의 면적 등 불편함이 상당하며 혹 모를 화재에도 대비해야 한다”라면서 “홈리스의 또 다른 생활공간인 고시원은 공동의 주방과 냉장고, 취사도구가 갖춰져 식생활 면에서 유리하지만, 밥과 국을 제공한다고 해도 질이 좋지 않고 개별적으로 찌개나 국을 만들어도 다른 이들이 몰래 먹어버리는 일을 겪고 나면 음식을 만들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이 상임활동가는 “또한 많은 홈리스들이 이용하는 무료급식소의 경우 종교행위 참여, 모멸감 감수, 선전도구로서의 역할이라는 값을 치러야 하며 누가 무슨 재료로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음식을 먹어야만 한다”라면서 “따라서 홈리스에게 식사가 고역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입맛대로 식사할 수 있는 주거가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최성윤 교육정책팀장은 “편의증진법에서는 1998년 이후 신축, 증축, 개축, 용도 변경된 음식점 중 바닥면적 합계가 300제곱미터 이상인 음식점에만 편의시설을 설치하게 되어 있다”라면서 “따라서 300제곱미터 이하 음식점이나 300제곱미터 이상이라도 하더라도 1998년 이전 음식점은 법적으로는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 교육정책팀장은 “또한 300제곱미터 이상 1000제곱미터 미만의 음식점의 경우에는 주 출입구만 접근이 가능하면 되며,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나 장애인용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면서 “주 출입구 접근도 층간 이동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2층에 있는 음식점에 경사로가 설치되었더라도 건물 입구에서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라고 토로했다.

최 교육정책팀장은 “따라서 편의증진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통해 음식점 규모제한의 폐지, 편의시설 설치 대상시설의 확대, 편의시설 설치 종류의 확대 등을 해야 하며, 층간 이동시설에서 계단을 제외하고 장애인의 이동이 가능한 시설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라면서 “아울러 편의증진법 제정 당시 개념 자체가 없었던 정당한 편의의 내용도 담아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최저생계를 보장하지 못하는 수급비로 살아가야 하는 고충을 발표하고 있는 방상연 씨.

이어 수급당사자의 발표가 이어졌다. 70만 원의 수급비를 받으며 생활하는 방상연 씨(뇌병변장애 1급)는 “지금의 수급비로는 주거비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수급비는 쥐꼬리만큼 오르는 게 이해가 안 된다”라면서 “수급비가 100만 원 수준이 되면 좋겠다. 사람이 살 수 있는 현실적인 수급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방 씨는 “지금의 수급비로는 한 달에 한 번 영화를 보는 것도 힘들다.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콜라도 마셔야 하고 팝콘도 먹어야 하지 않느냐?”라면서 “음식이 있어도 집에 있는 냉장고가 좋지 않아 금방금방 쉬어 버려 냉장고를 새로 사고 싶어도 돈이 없다. 한 달에 이 수급비로 뭘 먹고 마실 수 있느냐. 이 돈으로 어떻게 한 달을 버틸 수 있느냐?”라고 성토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온 김영애 씨(뇌병변장애 2급)는 “현재 활동보조 시간을 400시간 넘게 받고 있지만, 활동보조인 없이 이 자리에 왔다. 활동보조인과 함께 올라오면 활동보조인의 차비, 식비를 내줘야 하는데 수급자인 나에게는 그럴 돈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수급비 48만 원과 장애인연금·수당 19만 원을 받아 쌀값, 의료비, 주거비를 제외한 10여만 원으로 반찬을 해 먹어야 하는데, 양념을 살 돈이 없으니 결국 시장에서 양념이 다 된 김치나 단무지, 콩나물 등을 사서 먹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김 씨는 “요즘은 라면도 비싸서 라면을 끓이면 한 끼는 면을 먹고 다음 끼는 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고 있다”라면서 “그러다 보니 위장이 안 좋아져 다시 병원에 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 씨는 “5년 전에 초등학교 과정부터 공부를 시작해 얼마 전에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내가 있으면 식당부터 턱 없는 곳을 찾아야 하기에 대학 졸업생 모임에 스스로 빠져야 했다”라면서 “턱은 인간관계에서도 장애인을 배제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황인현 씨(뇌병변장애 1급)는 “우리 장애인들이 식당에 가면 식당주인들이 인상을 쓰고 쳐다볼 때가 많고 턱 때문에 들어갈 수 있는 곳도 별로 없다”라면서 “그래서 편의점에 가서 빵과 우유를 사다가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차별받은 식탁’은 수급자 가구의 식탁을 찾아 최저생계를 보장하지 못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집으로 먹으러 간다>와 중증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맛집을 찾아 함께 밥을 먹으며 모두에게 공평한 식탁은 무엇인지 묻는 <조 기자가 먹으러 간다>로 나누어 연재하고 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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