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야협, 내년 지방선거 대비 장애성인교육 정책 방향 논의
교육청과 지자체 모두에 책임을 요구하는 투쟁 결의해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조민제 집행위원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아래 전장야협)가 내년 6월 4일 지방선거를 대비해 장애성인교육 정책 요구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토론은 전장야협 주최로 진행된 ‘2013년 장애인야학 참교육실천대회’ 둘째 날인 지난 3일 이른 10시 30분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렸다.
 
전장야협은 지난 10월 8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학교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 대한 지원계획과 운영 가이드 라인 수립 △학교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재학생을 특수교육관련 서비스 대상으로 포함 △성인장애인 교육지원을 위한 교육부와의 정례 협의 실시 △성인 장애인야학 시설현대화 사업 실시 등을 교육부에 요구하며 투쟁결의대회를 진행하고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1박 2일 농성투쟁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위 요구안에 대한 답변에서 평생교육시설은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고 “지자체가 지역특성 및 재정여건 등을 감안하여 예산의 범위 안에서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해야 하므로, 국가가 일률적으로 지원규모를 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면서, 사실상 중앙정부의 책임을 교육청 및 지자체에 떠넘기는 답변을 내놓았다.
다만 교육부는 “국가는 학교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의 지원금이 보다 확대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에 적극 권장하겠다”라는 정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야학 요구안에 대한 교육부의 답변. 사실상 장애성인 교육권에 대한 중앙정부의 의무를 회피했다.

 

이와 같은 교육부의 답변에 대해 이날 토론에서 발제에 나선 전장야협 조민제 집행위원은 “교육부의 답변은 우리가 받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부실한 것이지만, 우리는 이 ‘적극 권장’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지방선거에서 싸워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장애인야학은 장애인복지관이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다른 장애인 관련 기관과는 달리 인건비 및 시설 운영비 등에 대한 예산 기준이 없고, 지역별로 매우 임의적인 기준에 의해 지원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에서 소외된 성인장애인의 평생교육기관 역할을 하는 장애인야학의 열악함은 극복되지 못하고, 이 때문에 결국 장애성인의 교육권 보장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 집행위원은 사전에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의 표준운영비 기준을 만들어 교육감 및 지자체 장 선거 후보자에게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이게 하는 활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지역별 편차는 존재하겠지만, 교육받지 못한 장애성인이 교육받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 항목들의 보편적인 기준을 만들고 이를 지역별로 변형해 적용하자는 것.

 

조 집행위원은 우선 장애인야학의 전담 인력 인건비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특수학교 고등학생의 경우 한 학급 7명당 특수교사 1인이 배치되는 것을 기준으로 장애인야학의 전담인력을 배치하도록 하고, 인건비의 금액은 이미 인건비 지급 기준이 마련되어 있고 비슷한 업무 성격을 가진 학교사회복지사 기준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시설 운영비, 임차비, 교재교구비, 통학차량 유지비, 프로그램비 등 장애인야학 운영에 꼭 필요한 금액들을 계산해 표준 운영비 기준을 마련했다.
 
조 집행위원은 “지방선거 시기에 후보자들에게 이런 공약들을 제안할 때에는 ‘학교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지원 확대’라고 표현되겠지만,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구체적인 근거자료로서 이런 기준들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집행위원은 지금까지 장애인등의 특수교육법 34조에 나와 있는 ‘교육받지 못한 장애성인’에 관한 조항만을 근거로 주로 교육청을 상대로 싸워왔지만, 최근 평생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매년 지자체장이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조 집행위원은 "이에 따라 앞으로는 지자체의 책임을 더욱 명확하게 요구하는 투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울산 다울성인장애인학교 이정희 교감은 장애인야학 전담인력 배치 기준 등 몇 가지 지점에 대해 이견을 제시했다.
 
이 교감은 “특수학교에서 학생 7명당 교사 1명이 배치되어 있는 것은 학교의 시설과 행정 등 모든 상황이 다 갖춰진 조건에서 배치되는 것이고, 요즘은 특수학급마다 특수교육보조원이나 공익근무요원이 1명씩 더 붙는 상황을 생각했을 때 사실상 학생 7명당 2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감은 “따라서 야학의 열악한 조건에서 굳이 7명당 1명의 인력 기준을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라면서 "공교육에서 지원하는 기준에 따라 더욱 확대된 예산을 요구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 교감은 통학차량 유지비의 경우에도 “시내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학생들을 1대의 차량으로 다 실어나를 수 있나?"라면서 "그것이 힘들다면 오히려 장애성인학생의 사회통합과 적응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등하교할 수 있게 통학비를 지원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교감의 제안에 대해 조민제 집행위원은 “공교육의 특수학교 기준으로 요구하다보면, 그 만큼 우리도 교육의 커리큘럼 등에서 국가적 기준을 따를 것을 요구받는 상황이 벌어질텐데, 그것을 우리가 모두 소화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라면서 “장애성인을 대상으로 일반 학교수준의 교육을 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 나름의 대안적인 교육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내부 토론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인천 민들레장애인야학 박길연 교장도 “우리는 현재 법적으로 ‘학교’가 아니고 ‘학교형태’를 갖춘 평생교육시설"이라면서 "그런데 기존 학교의 형태를 너무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우리만의 독자적인 길을 가는데 발목을 잡힐 우려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토론 참가자들은 발제에서 제시된 표준운영비 기준을 조금 더 수정 보완해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각 후보들에게 정책 제안 활동을 하는 방식으로 활동할 것을 결의했다.

 

한편 지난 2일 열린 ‘2013년 장애인야학 참교육실천대회’는 50여명의 장애인야학 교사 및 활동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1박2일간 진행됐다.
 
▲장애인야학 교사 및 활동가들이 '장애인야학 참교육 실천대회' 행사를 마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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