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6반 교실의 새로운 시도
새 학년이 되고 담임선생님과 면담한 뒤 한빛이 생활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 공부보다는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점심시간을 이용해 아이들은 순번을 돌며 한빛이를 위한 시간을 내 주고 있다. 비록 의무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해지는 말은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강제로 무엇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아이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는 된다는 생각이고 제안을 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싶다.
아무튼 어떤 방식이든 아이들이 한빛이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없다면 이렇게 해서 아이 곁에서 잠깐이라도 지내면서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이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선생님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임에는 분명하다. 얼마나 지속시켜 갈 수 있을지, 혹은 얼마나 강제하지 않고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어울린다는 것은 공동체 생활에서는 기본환경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지금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는 않는다. 분명 선생님에게 전한 말도 인위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다양한 방식의 분위기 조성이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했었는데 순번을 돌게 한다는 것이 타당한지 고민스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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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는지 보지는 못한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도움반(특수학급)에서 놀며 지낸다고 하는데 아이들의 반응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한다. 도움반의 특성이 거의 놀이방 수준이다 보니 아이들도 함께 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한빛이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들이 더 많고, 가지고 놀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짧은 시간 동안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어른들이 만들어 가는 방식이 아닌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방식을 원한 것이었는데 조금은 엇나가는 느낌이 들지만, 아이들의 반응이 좋게 나온다는 말은 함께 즐기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볼 수 있어 안심은 된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는 한빛이의 건강상태다. 컨디션이 좋아야 그런 것들도 눈에 들어오고, 손에 잡히는 것인데 몸 상태가 따르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다. 아침에 힘들게 경기를 하고 집을 나서면 오전은 거의 정신이 없다시피 하고, 겨우 몇 시간 정도 정신을 차릴 수 있는데 이런 기분이나, 상태에서 과연 아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올 한 해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지내며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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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장을 통해 간혹 전해오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재미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단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내고 함께 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여 머릿속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정도다.
도움반에 있는 책과 놀이기구들을 활용하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란다. 물론 한빛이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을 유지하고 있으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매일 그렇게 벌어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컨디션에 따라 융통성을 가지고 운영을 해 나가는 것 같다.
무엇이든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된다면 좋다. 장애라는 걸림돌을 빼고 나면 아이들은 그냥 아이다. 그런 아이들에게서 희망이라는 것을 보며 지내는 중이다. 아주 먼 훗날 서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나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그런 희망을 그려본다.
통합교육을 어렵게 만들어 가고, 힘들게 여길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좋은 생각들은 실천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 가면 된다. 통합교육을 이론으로 접근하거나, 기계적으로 접근을 하려 든다면 진정한 통합이나, 교육은 물 건너 가게 된다. 통합교육에서 통합과 교육을 분리하고 어떻게 통합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어떻게 교육을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분리돼 이루어진다면 통합은 쉬울 것이다.

통합교육이 단순하게 한 방에 장애를 가진 학생과 장애를 가지지 않은 학생을 모아두는 것으로 여기는 지금의 풍토는 개선돼야 한다.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어른들은(부모, 교사) 아이들이 가진 능력을 어떻게 발휘하게 해 줄 것인지 방법들을 제시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면 된다.
어른들이 나서서 통합과 교육을 통으로 묶어서는 장애에 접근하려는 아이들을 막아 세우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놀며 배우고, 놀며 어울리다보면 장애는 아이들의 생활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진정한 통합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역할은 맡기고 기다리며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면 족하다. 나서서 정리하려 들지만 않는다면 아이들은 장애,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생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장애이해나, 통합은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이 최선이고,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