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무죄 선고한 원심 파기 환송
“항거불능 판단 기준과 범위, 법리를 오해한 것”
지적장애여성이 성폭행당했을 시, ‘소극적 저항’을 했다 하더라도 항거불능을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양아무개 씨(63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지난 13일 대구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양 씨는 2010년 6월 교회 장애인 모임의 부장으로 활동하던 중 만난 지적장애 3급의 여성 ㄱ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 2심에서 가해자 양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1, 2심에서 재판부는 피해자 ㄱ씨가 범행 당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양 씨가 성추행하던 당시 다리를 오므리는 등 소극적으로 저항했으며, 범행 이후 교회 전도사에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고 계속 만나자는 양 씨의 거듭된 요구를 거절하는 등 당시 사정을 종합했을 때 정신적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물리적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라며 “범행 이후 추행 경위에 관하여 상세히 진술하는 등 어느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피해자는 그 사회적 지능 내지 성숙도가 상당한 정도로 지체되어 대인관계 내지 의사소통에 중대한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이러한 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피고인의 성적 요구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다리를 오므리는 것 이상의 저항행위를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다니는 교회 장애인 모임의 부장으로 활동하여 왔던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해자가 범행 이후에 교회 전도사에게 위 추행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였다거나 계속 만나자는 피고인의 요구를 거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당시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표현·행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라며 “원심 판단에는 구 성폭법 제6조가 정하는 ‘항거불능’의 판단 기준 내지 범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교회에서의 위계 관계, 당시 정황상 항거할 수 없는 위압적 분위기 등 장애 특성상 항거할 수 없는 상황이 고려된 판결”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