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학교, 개인 재산권 둘러싸고 학교 존폐 위기 처해
서울시교육청 “사유 재산이라 강제할 수 없다”

▲서울 명수학교 운영위원장 최은희 씨

성북구에 살기에, 그곳에 가야 했다.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동대문구에 살아도 그곳에 가야 했다. 그 역시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곳 외에 내 아이가 갈 수 있는 학교는 없었다.

그렇게 아이는 서울 명수학교에 입학했다. 그곳은 발달장애아동이 다니는 특수학교였다. 부모는 일반 학교의 특수학급에 아이를 보내고 싶었지만 일반 학교는 중증인 아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장애 특성상 아이의 배움이 더딘 것은 당연했다. 배변 훈련도, 숟가락 하나 드는 것도 몇 년을 배워야 익히는 아이들이었다. 그리하여 크게 다치지 않는 한 아이가 학교에 잘 다니는 줄 알았다. 때론 그저 내 아이를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학교에 감사했다.

그러던 중 학부모들은 2011년, 학교에 전공과 설치를 요구했다. 전공과란 고등학교를 마친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제과제빵, 바리스타 등 직업·진로 등을 가르치기 위해 특수학교에 설치하는 교육과정이다.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생활교육을 2년 더 연장할 수도 있다. 그렇게 고등부를 마치면 갈 곳 없는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됐다.

하지만 학교는 자꾸 ‘기다리라’고만 했다. 그렇게 2년을 기다렸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전공과 설치 때문에 학교경영자와 면담하던 중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를 한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립학교인 것은 알았으나 한 개인이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당연히 법인이라고 생각하지 누가 학교를 개인이 운영한다고 생각하겠어요. 근거리 기준으로 학교를 배정하잖아요. 성북구에 사니까 성북구에 있는 학교 온 거예요. 우리 아이가 올해 고2 올라가요. 초등학교부터 다녔으니 10년 다닌 거죠. 그런데 생각도 못 했어요. 이런 학교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명수학교 운영위원장 최은희 씨의 말이다.

▲지난해 12월, 명수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며 학부모들이 명수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은희

# 교육청 “명수학교는 사유 재산이라 강제할 수 없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서울 명수학교는 1968년도에 설립된 사립 특수학교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학교는 ‘개인 명의’로 되어 있다. 최초 설립자인 최경순 씨에 이어 현재 장남이 학교경영자로 있으며, 그의 부인이 행정실장을, 최경순 씨의 장녀가 교장을 맡아 운영한다.

현재 전국의 특수학교 수는 162개이다. 이중 국립이 5개, 공립이 66개, 사립이 91개로 사립학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사립 특수학교의 운영주체를 살펴보면 학교법인 35개, 사회복지법인 46개, 재단법인 5개, 종교재단 3개, 사단법인 1개, 개인이 1개이다. 명수학교는 이중 바로 ‘개인’이 운영하는, 전국에서 유일한 학교다.

'개인'이 운영하는 학교는 법인이 운영하는 학교와 운영 구조가 많이 다르다. 우선 운영을 논의하고 의사 결정하는 이사회가 없다. 학교 및 법인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관 또는 운영규정도 없이 학교 회칙만 있다. 학교 운영에 대한 견제 및 감시체계가 없는 것 역시 당연하다. 운영은 학교경영자 1인이 독점한다. 이러한 폐쇄적인 구조에서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학교 경영자와 행정실장 등은 장애학생의 교육비를 횡령해 개인 재산을 늘려갔다. 학교 경영자는 교비로 학교 내에 있는 국유지를 매입하고 본인이 머무르는 학교 내 사택에서 발생한 물, 가스, 전기 등도 학교 회계에서 집행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명수학교에 대한 감사에서 13건의 비리 및 횡령, 행정과실을 적발했다. 그러나 처벌 수위는 경미했다. 행정실장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정직 처분을 받았으나, 학교 경영자가 방학 중 1개월 감봉으로 처리했다. 행정실장은 학교 경영자의 부인이다.

그럼 이제까지 어떻게 이러한 방식의 학교 운영이 가능했을까. 서울시교육청 특수학교 담당 오순근 장학사는 “과거에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개인이 등록할 수 있었다”라며 “개인 사립학교가 몇 군데 더 있었으나 다른 학교들은 절차에 따라 법인으로 전환했다.  명수학교만 이제까지 전환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장학사는 “법인 전환은 학교가 자체적으로 신청해야 한다”라면서 “교육청은 관리·감독만 할 뿐 개인 재산을 사회적 재산(법인)으로 바꾸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유 재산’임에도 명수학교는 '학교'라는 이유로 이제까지 꾸준히 정부 지원을 받아왔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조사한 감사자료를 보면 2009년~2011년까지 명수학교의 법인 전입금은 ‘0원’이었다. 이에 대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조직국장은 “이는 학교 운영하는 데 있어 명수학교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사유재산에 대한 운영권한만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라며 “운영비에 대해 10원조차 내지 않으면서 국가 세금으로 100% 학교를 운영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에 서울시교육청은 명수학교 지원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특수학교를 담당하는 이운동 장학사는 “학생 교육이 전혀 파행적으로 운영된 게 아니었고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라고 답했다.

# 학교 측 “임대료 청구 소송에서 지면 학교 운영 불가능하다”

 

이렇듯 서울시교육청이 수수방관하는 사이 현재 명수학교는 형제간 재산권 싸움으로 사실상 학교 존·폐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2월 7일 ‘서울 명수학교 정상화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이 다니는 명수학교에 유아용 변기조차 없고 기본적인 안전바도 설치되지 않은 현실에 울분을 터뜨렸다.

▲서울 명수학교 최은희 운영위원장
이에 대해 명수학교 최은희 운영위원장은 당시 공청회에서 “이러한 학교 운영을 보면 정상적인 학사운영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이런 곳이라면 입학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북구에 산다는 이유로 명수학교에 배정받았다. 하지만 교육청의 지도감독은 허술했다.”라고 질타했다.

새 학기가 시작된 3월 3일, 명수학교도 개학했다. 올해에는 유치부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아 초·중·고등부만 운영한다. 그 사이 학교 문제가 불거지자 초등부 학생 2명이 전학 갔다. 대신 중등부 신입생이 늘면서 중학교 한 개 반이 증설됐다. 현재 총 16학급으로 학생 수는 100명가량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 운영위원장은 “초등부 교사가 출산휴가로 자리를 비웠다. 현재 담임교사 한 명과 초등부 교과 담당 교사 한 명을 더 뽑아야 하는데 학교 측은 뽑지 않고 있다.”라면서 “교과 담당 교사가 없으니 담임이 해당 교과 수업까지 도맡아서 하고 있다. 교사 업무가 늘어나니 수업의 질은 자연히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운영위원장은 학교가 교사를 뽑지 않은 문제에 대해 학교 측이 “학교 운영에 대한 의지가 없다”라고 말한다. 그 근거는 현재 학교 부지를 둘러싼 학교경영자, 교장 등 형제간의 재산 분쟁이다.

현재 명수학교 부지는 학교경영자, 교장 등 여러 형제의 땅으로 나누어져 있다. 명수학교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26억 원으로 2009년에 학교 신관을 지었다. 그런데 그 건물을 학교경영자가 개인 이름으로 등록하면서 땅의 소유자인 다른 형제들이 이에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이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학교 측이 소송에서 패할 경우, 학교경영자는 자신의 형제들에게 매달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내야 한다. 소송결과는 3월에 나온다.

최 운영위원장은 “만약 학교가 임대료를 내지 않을 시, 학교는 압류당할지도 모른다. 그런 학교에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라며 “학교 경영진은 본인들 싸움 때문에 아이들 문제에 관심이 없다”라고 분노했다.

최 운영위원장은 “지난해 학교경영자는 형제들 간 재산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공과 설립을 추진할 수 없다고 했다. 뿌리가 흔들리는데 그 위에 뭘 세워도 튼튼하지 못할 거라는 것”이라면서 사실상 학교가 전공과 설립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명수학교 측은 이러한 사실을 모두 시인하며, 임대료 청구 소송에서 질 경우 학교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명수학교 한성주 행정실장은 “개인이 임대료를 내면서까지 운영할 순 없지 않느냐”라며 “의무무상교육에 맞게 정부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 무책임하다고 해도 할 수 없다.”라며 정부에 책임을 넘겼다.

이제까지 법인 전환을 하지 않고 개인 명의로 학교를 운영한 이유에 대해 한 행정실장은 “법인 전환을 하려면 예탁금이 필요하나 그 돈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현재 학교의 인사권과 재산권은 최수일 학교경영자가 행사하고 있다. 최 씨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그는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겠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지난해 12월, 명수학교 전공과 설치를 요구하며 학부모들이 서울시교육청을 점거하고 있는 모습 ⓒ최은희

# 장애아동은 학교 선택도, 전학도 할 수 없다

서울명수학교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현재 두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첫째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기점으로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관계자들을 불러 공청회를 여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국회 청문회다. 그러나 공청회는 교육청의 무책임한 태도로, 국회 청문회는 6·4지방선거 때문에 불투명하다.

자신의 아이 또한 명수학교에 다니는 처지라 최 운영위원장은 더욱 애가 탄다. 사실상 전학도 불가능하다. 주변 특수학교는 이미 과밀학급이라 갈 수가 없다. 상황이 이러한대도 지난 공청회 때 서울시교육청 오석규 평생진로교육국장은 “주변 학교로 전학시켜 주겠다”라고 답했다.

최 운영위원장은 “교육청이 현재 돌아가는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무책임한 발언이 어디 있나.”라며 “이런 상황에서 교육청을 어떻게 믿고 기다리나”라며 질타했다.

설령 전학을 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장애 특성상 아이가 적응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아이가 고2인데 사실 전학 안 받아줄 거예요. 쉽게 적응하는 아이들도 아니고. 신입생 엄마들한텐 학교가 이런 상황이란 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얼마나 기가 찰까요. 왜 성북구에 살아가지고…. 특수학교는 선택의 폭이 없어요. 일반 비장애인 아이들처럼 일반고, 특목고, 자사고 등 선택해서 갈 수가 없어요. 여기 한 군데뿐이에요. 정해진 거죠. 길이 하나밖에 없는 거예요. 구마다 없는 곳도 있어요. 특수학교 세우려고 하면 땅값 떨어진다고 반대하잖아요.”

긴 싸움이 될 것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답답하다. 그동안 아이는 자꾸 자라고 졸업은 다가온다. 2년 전에 약속했던 전공과는 여전히 설립되지 않았고 설립될지도 의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시교육청을 점거하기도 했다. 교육청의 답은 받아냈으나 학교 상황이 이러하니 정확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 사이 전공과 요구를 함께해왔던 이들은 지난 2월 졸업했다. 그게 너무 미안하고 자신의 미래 같다.

이대로 전공과 설립 없이 학교를 졸업하면 스무 살이 된 아이는 어디로 간단 말인가.

“평생보호센터, 주간보호센터는 주로 경증인 아이들만 받아줘요. 혼자 밥 먹지 못하고 신변처리 안 되면 안 받아주죠. 결국 학교 졸업 후 아이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곳은 없어요. 사실 전공과 2년 마치고 나서도 아이들 갈 곳 없는 건 마찬가지지만…”

명수학교를 둘러싸고 발달장애아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엉킨다. 그리고 운다. "그러나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답답하다. 그게 제일 답답하다."라고 최 운영위원장은 몇 번이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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