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600일 기념 기자회견, 현장 라디오 방송처럼 진행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될 때까지 농성 이어갈 것"

▲FM 600MHz ‘여기는 광화문 시대’ 기자회견이 12일 열렸다. 라디오 DJ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정다운 활동가(왼쪽)와 이야기 손님인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도건 소장(오른쪽).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함께하는 FM 600메가헤르츠(MHz, 주파수의 단위) ‘여기는 광화문 시대’. 주파수 고정해 주세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 위한 장애인 활동가들의 광화문 농성 투쟁이 600일째 되는 날인 지난 12일 늦은 2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청와대 앞까지 찾아가 600일 동안 자신들이 외쳐온 요구를 다시금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라디오 방송 형식으로 진행돼, 사연 소개와 이야기마당 등 이색적인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방송의 내용은 <비마이너>가 홈페이지와 Daum(다음) TV팟 등을 통해 생중계하기도 했으며, 공동행동 소속 활동가 등 90여 명이 함께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하고 복지 사각지대 없애겠다고 했으나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라며 “기초법 개정안은 급여를 쪼개서 수급자 삶을 어렵게 하고 권리로서 보장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약화하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한다지만 이로써 늘어나는 수급자는 12만 명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급권에서 제외된 117만 명의 10%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김 사무국장은 “600일 동안 이어 온 광화문 농성은 가난하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싸우는 거점이 됐다”라며 “앞으로도 우리의 외침이 들릴 때까지 우리는 웃으면서, 즐겁게, 천천히, 함께 싸웠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발언 손님으로 초대된 김윤영 사무국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전화생중계를 통해 “우리가 방 안에서만 살았던 세월이 너무 길었다. 하지만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라는 나쁜 법이 있는데 우리가 어찌 밖으로 나오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라면서 “장애인 차별 철폐를 기치로 투쟁에 앞장서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소속의 한 활동가는 “에이즈 때문에 평생 병원에 다녀야 하는데 가난한 저에게는 치료받을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다”라며 “비급여 치료비 때문에 굶어 죽거나 치료를 포기하는데 정부는 지원을 확대하기는커녕 급여를 쪼개니 기가 막힌다. 정부는 정말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올바른 정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야기마당 손님으로 초청된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도건 소장은 정부가 내놓은 장애인 복지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광화문역 농성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는데요. 아시다시피 중요한 건 예산인데, 예산안이 전혀 나와 있지 않아요. 이제껏 정부가 뻥만 쳐왔고, 이번에도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면서 정확한 자료도 내놓지 않으니 정부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광화문 농성을 접는 건 아직 시기상조로 보입니다. … 정부가 6급까지 활동지원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것도 허구적이에요. 활동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37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정부가 예산을 확보한 건 5만 명분에 지나지 않아요. … 600일 아니라 6000일이라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할 때까지 힘차게 투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회견 중간에 쌍용자동차와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이 보내준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여전히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 끈질김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날 대한문으로 휠체어를 타고 연대 오신 것을 기억하며 저희도 연대를 생명처럼 생각하는 동지들을 닮고 싶습니다. … 이 땅의 노동자, 장애인, 민중이 차별받지 않고 인간답게 사는 세상, 정당한 권리를 위해 끝까지 함께 투쟁했으면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어 공동행동은 문화노동자 연영석 씨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못 들은 척하는 저들이 더는 못 들은 척 못 할 때까지, 광화문 시대는 쭉 계속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제발~.”

▲이날 기자회견에는 공동행동 소속 단체 활동가를 비롯해 90여 명이 참가했다.

▲공연하는 연영석 씨.

▲광화문역 농성장에 걸린 농성 600일차 팻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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