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국가보고서 심의 앞두고 질의목록 공개
한국정부, 보험가입 차별·정신병원 강제입원 등 이슈에 답해야

한국 정부가 오는 9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 CRPD: 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이행 여부에 대한 정부보고서 심의를 앞둔 가운데 유엔에 답변해야 할 질의목록이 공개됐다.
유엔장애인권협약 NGO보고서 연대(아래 NGO연대)는 14일 늦은 2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1차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질의목록 설명회 및 현지활동 보고대회’를 열고,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지난달 17일 최종 채택한 질의목록을 공개 발표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국제 인권법에 따른 인권조약으로, 지난 2006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었고,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1월 국회에서 비준했다. 이 협약에 비준한 국가들은 비준 후 2년 뒤에 첫 국가보고서를 제출해 해당국의 장애인 인권 증진에 관한 현황을 제시해야 한다. 제출된 보고서는 총 18명으로 구성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된다. 한국정부는 2011년에 첫 국가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국가보고서 심의에 앞서 주요한 법·제도적 현황과 관련해 한국정부에 보낼 질의목록을 채택하게 된다.
이에 25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NGO연대는 지난 4월 11일부터 15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들을 만나 이번 질의목록에 국내 장애인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NGO연대는 이 기간에 모하마드 알타라네 위원(요르단), 테레샤 데게너 위원(독일) 및 한국 심의담당국가보고관인 몬티안 분탄 위원(태국) 등과 만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국내 이행상황을 설명하고, 질의목록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제네바 현지 활동 상황을 보고한 NGO연대 이석구 부운영위원장은 “최종 채택된 질의목록에는 우리가 제기한 문제들이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라고 평했다.
이 부위원장은 주로 △한국정부의 장애 정책이 의료적 관점에서 사회문화적 관점으로 전환될 필요성 △장애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의 심각성 △성년후견인제도 및 정신병원에서의 강제치료에 대한 문제 등이 질의목록에 채택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또 “개인진정제도를 규정한 선택의정서 비준이 필요하다는 점과 장애인의 보험가입 차별을 금지한 25조 마항에 대한 유보가 철회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이 반영된 질의목록은 장애인권리협약 각 조항에 대한 이행 여부와 관련된 총 34개의 질문들로 구성됐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제25조 마항에 대한 유보를 철회하기 위한 조치에 대한 정보', 특히 '상법 제732조를 개정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정보를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상법 732조는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차별하는 조항으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25조 마항과 직접적으로 충돌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이에 지난 2월 말 732조가 일부 개정된 바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보험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는 조항은 그대로 둔 채, 단서조항으로 ‘피보험자가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것이어서, 장애인계는 “사실상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14년 1월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정신보건법’ 개정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라며 “이 개정안이 어떻게 비자의적 입원, 치료, 감금 등으로부터 장애인을 보호하는지 알려 달라”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계는 정신보건법 24조가 보호의무자 2인과 의사만의 판단으로 정신장애인을 강제입원시키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하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서 제출한 개정안은 해당 조항의 폐지를 담고 있지 않고, 비자발적 입·퇴원 관련 조항만을 일부 개선하도록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당사국의 법적 구조에서 사용되고 있는 장애의 개념이 어떻게 협약상 보장된 인권모델과 부합하는지 여부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물리적 환경, 교통수단 등에 접근할 수 있게 하도록 취해진 조치 △착취, 폭력 및 학대로부터의 자유 보장을 위해 취해진 조치 △등급과 관계없이 욕구와 필요에 따라 모든 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당사국이 취한 조치 등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이러한 질의에 대해 오는 7월 중순까지 답변서를 보내야 한다. 국가보고서와는 별도로 작성되고 있는 NGO보고서도 7월 초 경 제출될 예정이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9월 최종 한국의 협약 이행 여부를 최종 심의하게 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이동화 간사는 “결정된 질의목록이 사실상 위원들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이 최종 권고에 반영될 주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NGO보고서 제출 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라고 조언했다.
![]() ▲설명회에 참여한 청중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