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특성 고려하지 않는 것은 가해자에게 면죄부 주는 것"
관련 단체들 25일 이른 11시 대전지방법원 앞 규탄 기자회견 개최

▲일명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가 지난 2012년 11월 28일 가해자에 대해 유죄 선고를 촉구하는 모습.

 

지적장애인 대상 성폭력 가해자에게 법원이 연이어 무죄를 판결하자 관련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 등 전국 200여 개 성폭력 관련 단체들은 19일 성명을 내고, 지적장애인 성폭력 피해자가 범행 일시와 장소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가해자에 대해 연이어 무죄 판결을 내리고 있는 대전 지방법원과 대전 고등법원을 규탄했다.

 

지난해 8월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은 대전 OO교회 장애인부서 담당 전도사가 지적장애 여성을 모텔로 유인해 성폭력 한 사건에서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은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으나, 범행 일시와 장소는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라면서 원심 4년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한 피해자가 다니던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시설장의 남편인 운전기사가 봉고차 뒷좌석에서 피해자를 때리고 입과 항문에 유사강간 후 “엄마에게 말하면 혼난다”라고 협박한 사건에 대해 원심 재판부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 4월 30일 열린 항소심에서 대전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용덕)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공소사실 기제와 같은 추행 행위가 존재하였을 개연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범행일시, 장소 등 피해감정과 상관없는 객관적 요소에 관하여 사실에 부합하는 정확한 진술을 하고 있는지는 별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법원 판결에 대해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지적장애 특성상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고 스스로 진술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진술 일관성과 신빙성을 강요하여 결국 피해자는 2차 피해를 당하게 되고 가해자는 무죄로 풀려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단체는 "대전 지방·고등법원이 비장애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범죄구성요건에 맞는 진술을 끝까지 요구하고, 판사의 상식과 경험칙에 맞지 않으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판결은 장애인 성폭력 가해자는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대해 반 인권적이고 편협한 판결을 반성하고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 특성에 맞는 판결 기준을 마련하고, 장애인 성폭력 가해자를 엄중처벌 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또한 대전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송경호)가 현재 재판 중인 친부에 의한 지적장애아동 성추행 사건에 있어서도 범행 일시, 장소 특정을 요구하고 있어 이 또한 무죄판결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이들 단체는 오는 25일 이른 11시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지적장애인 성폭력 가해자 연이어 무죄 판결하는 대전 지방·고등법원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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