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둘란 산문집 『그래도 콩깍지』 개정증보판 출간‘아무 준비 없이’ 낳아 ‘눈물의 골짜기’를 지나 행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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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추둘란 씨는 20대에 서울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녹색연합에서 펴내는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자원봉사로 글을 싣는 활동을 했다. 충남 서산에 취재를 갔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무 준비 없이’ 다운증후군 아이, 민서의 엄마가 되었다. 아이를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키우겠다는 마음으로, 아이가 백일이 지날 즈음 충남 홍성으로 이사했다. 이후 저자는 남편과 함께 홍성 환경농업교육관에서 잠시 일하다 홍성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보조원으로 일하게 된다. 이곳에서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현실을 만난다.
저자는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 많은 것을 원망하고 슬퍼했다고 고백한다.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했다. 이 시기를 저자는 ‘눈물의 골짜기’라고 부른다.
이 때 엄마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민서였다. 저자는 민서와 함께 어디든 다니고 거리낌 없이 생활하며 장애를 구별 짓는 시선과 함께 부러움의 시선 두 가지를 동시에 느낀다. 부러움의 시선은 주변 사람들 신경 쓰느라 마음껏 함께 다니지 못하는 장애 가족들의 시선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어쩌면 많은 사람이 주위에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을 서로 드러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한다. 이것이 남편과 함께 ‘다운학교’를 세우고 싶은, 작지만 큰 꿈을 갖게 된 이유다. 이 꿈의 힘을 빌려 홍성에 장애아동 치료센터 ‘도담도담’이 세워지는 데 힘을 보탰다.
저자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잊지 않는다. 그녀와 남편이 장애인운동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지지기반은 마을 어른들이다. 그러나 저자가 살았던 마을엔 민서와 같이 다운증후군을 가졌으나 부모나 마을 사람들에게 별다른 보살핌 없이 자란 청년도 있다. 그 청년에게 더 많은 관심과 교육이 있었다면 그의 삶은 조금 달라졌을까. 저자는 자신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묻는다.
책엔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우며 마주했던 삶과 생각이 담겨있다. 이번 책은 2003년 출판된 『콩깍지 사랑』의 개정증보판이다. 당시 사정으로 싣지 못한 글을 추가하고 재정리했다.
『그래도 콩깍지』, 소나무 출판사, 2014, 12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