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 당일 연락 두절…주택공사 직원의 신고로 발견
시신 수습할 이들 위해 ‘국밥값’ 남겨…

▲최아무개 씨가 자살한 옆 방에서 "고맙습니다. 국밥이라도 한 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라고 적힌 봉투와 10만 원가량의 현금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60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자신이 살던 집에서 퇴거할 처지에 놓이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의하면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주택 1층에 살던 최아무개 씨(68세)는 지난 29일 오전 자신의 방 안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최 씨는 주택공사로부터 독거노인 전세 지원금 5700만 원을 받아 전세금 6000만 원으로 49.5제곱미터(15평)가량 되는 방에 세 들어 살았다. 최 씨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약 3개월 전 함께 살던 노모가 세상을 뜬 후에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은 채 혼자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살고 있는 집이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 28일 주택공사 측에도 퇴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퇴거 당일 연락이 닿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공사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이 출동해 숨진 최 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최 씨가 발견된 옆 방 테이블 위에서 "고맙습니다. 국밥이라도 한 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라고 적힌 봉투와 10만 원가량의 현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최 씨가 자신의 시신을 수습하러 올 이들에게 남긴 돈으로 추측했다.

 

이 밖에도 최 씨는 장례비로 추정되는 100여만 원을 비롯해 전기·수도요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새 돈으로 구해 현장에 남겨두었다. 경찰은 이 돈을 최 씨의 조카에게 전달했다.

 

경찰은 "특별한 직업이나 모아놓은 재산이 없던 최 씨가 집을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이자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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