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교사, 피해 사실 알고도 부모에게 연락하지 않아
피해 부모 “학교 측에 책임있다”

▲수학여행에서 손·발톱이 뜯긴 김정우 군(가명)의 손과 발. 양손의 새끼 손톱은 빠졌다. 학교 측은 단순 소독 후 손·발톱이 뜯긴 생살 위에 거즈만을 붙였다. 학부모에겐 연락하지 않았다. ⓒ박은혜

학교 수학여행에 참여했던 발달장애아동이 밤새 손톱, 발톱이 뜯긴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학교 측은 사건의 사실 여부 확인은 물론 재발방지 대책 또한 세우지 않고 있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 또한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응답뿐이다.
특수학교인 한국육영학교에 재학 중인 김정우 군(가명, 고2, 발달장애 1급)은 지난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학교 수학여행에 참여했다. 그런데 수학여행 첫째 날인 22일 밤, 양쪽 모든 손·발톱이 뜯기고 양쪽 새끼손톱이 빠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밤새 누군가가 김 군의 손·발톱을 물어뜯은 것이다.

당시 수학여행엔 김 군의 학급 학생 6명(남 3, 여 3), 지도 및 보조요원으로 담임, 부담임, 공익요원 총 3명이 함께했다. 밤에는 담임(여성)이 여학생들 방에서, 부담임과 공익요원은 남학생들 방에서 잤다. 그러나 부담임과 공익근무요원은 방이 좁다는 이유로 학생들만 한 방에서 재운 채, 다른 방에서 잤다. 발달장애 특성상, 어떠한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안에 지도교사 없이 학생들만이 있었던 것이다.

담임교사가 김 군의 상태를 인지한 것은 다음날인 23일 점심 무렵이었다. 그러나 바로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지 않고 구급 상자에서 약품을 꺼내 단순 소독 후 손톱이 빠진 생살 위에 거즈만을 붙였다. 그렇게 김 군은 아픈 발을 이끌고 남은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담임교사는 이러한 사실을 김 군의 부모에게도 전혀 알리지 않았다. 김 군의 부모가 이 상황을 안 것은 24일 하교 후, 김 군이 간 주간보호센터 교사를 통해서였다. 그 후 김 군은 병원에서 생살에 눌어붙은 거즈를 떼어내기 위해 더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거쳐야 했다.

김 군의 어머니 박은혜 씨(가명)는 “23일 오전 아이를 씻겼다면 손발이 그렇게 된 걸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점심때나 되어서 알았다는 건 씻기지도 않은 것 아닌가”라면서 “정우는 충분히 혼자 식사가 가능한데 수학여행 동안 다른 교사들이 밥을 먹여줬다고 한다. 손을 주머니에 넣고 안 먹겠다고 하면 의아해 할 법도 한데 이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수학여행 동안 학생들을 책임지고 살펴야 할 담당 교사들이 자신의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 씨는 “비장애아동이라면 가해 학생이 누구인지 물을 수 있으나 장애아동은 다르다”면서 “누가 정우를 이렇게 했는지는 밝히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다같은 장애 학생 아닌가.”라면서 이에 대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학교 측에 책임을 물었다. 박 씨는 이번 사건이 “제대로 교육받은 특수교육실무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씨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이번 사건이 김 군에게만 일어난 특수한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박 씨를 비롯해 특수교육 현장 관계자들은 학교 내 이러한 사건이 ‘비일비재’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현재 김 군이 다니는 학급엔 여전히 보조인력이 충원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에도 학교는 “가해자가 지목되지 않아 치료비 지급이 어렵다, 예산 부족으로 특수교육실무사 배치는 어렵다, 동행했던 교사 역시 사고가 왜 났는지 모르겠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해당 학교 측에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했으나 “담임교사는 회의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다”라며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학교육영학교학부모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15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의 방임·방치와 보조인력 부족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에 책임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육영학교학부모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15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의 방임·방치와 보조인력 부족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에 책임을 촉구했다.

한국육영학교 우진아 학부모회장은 “발달장애는 장애 특성상 스스로 본인이 조심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충분한 보조인력이 배치되어야 하고 이러한 상황 발생 시 교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 회장은 “교내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도 학교 측은 학부모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학부모도 자녀가 피해 볼까 봐 문제제기 하지 않는다”라며 “발달장애 학생 스스로도 의사표현이 힘드니 고통을 호소하기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기자회견 후 한국육영학교학부모회 등은 서울시 교육감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교육감 면담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육영학교는 1992년 설립된 사립 특수학교로 현재 유치원부터 전공과까지 총 29개의 학급으로 운영되는 정서·자폐성 장애학생 특수학교다. 현재 재학생은 240명가량으로 고등부는 각 학년당 2학급씩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