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더빙외화 방영하는 '명화극장' 폐지에 반대
“명화극장 폐지는 시각장애인에게 영화 보지 말라는 것”

한국방송공사(아래 KBS)에서 45년간 방영해온 ‘명화극장’을 폐지하는 것을 두고 시각장애인단체가 문화향유권을 침해한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명화극장'은 지난 1969년부터 매주 금요일 자정마다 국내 외 다양한 명화를 소개해온 장수 프로그램이다. 특히 외국 영화를 방영할 때 한국어 자막만 제공되는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명화극장'에서는 한국어 성우의 더빙이 있어 시각장애인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KBS는 지난 17일 내년도 1월 개편안을 발표해 25개 프로그램 신설, 21개의 프로그램은 폐지를 결정했으며, '명화극장'도 폐지 명단에 포함됐다. KBS는 '명화극장' 폐지 이유로 ‘내부 콘텐츠 집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아래 한시련)는 22일 '명화극장' 폐지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시련은 “최근 우리나라 영화 산업을 보면 1000만 관객 동원이니 불록버스터니 하는 말들을 많이 듣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은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다.”라며 “지상파를 비롯하여 케이블 TV 영화 채널 등 다수의 채널에서 해외 영화를 방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시각장애인이 감상할 수 없는 자막만으로 방영하고 있고, 화면해설 방송조차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시련은 “'명화극장'은 시각장애인이 온전하게 스스로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해외 영화 감상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것은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영화를 보지 말라는 폭거와 같은 것이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포기하는 행위”라며 “KBS는 우리나라 공영 방송으로서 전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받고 있고 이를 통하여 전 국민 누구나 방송 시청에 있어 차별받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시련은 KBS에 '명화극장' 폐지 중단과 더불어 방송 시청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