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선택가능] 웹툰 볼래? 영화 볼래? 집회 갈래?
주말에 뭐할까. 이 질문이 떠오를 때쯤 당신 마음엔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해야만 하는’ 게 없는 주말은 홀가분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기엔 아쉽다. 등 붙이고 누워 빈둥거리더라도 무언가를 하며 빈둥거려야 할 것 같다.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스마트폰이나 타블릿피씨가 있다면 빈둥거리며 누워 웹툰을 보자. 혹은, 이번 주에 헛헛하게 지나간 용산참사 6주기가 마음 쓰인다면 영화 ‘두 개의 문’을 다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집에 있는 게 갑갑해 어딘가 가고 싶은데 어디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토요일 오후 2시, 서울역에 가보자.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
1. 웹툰을 본다
청각장애인을 주제 혹은 소재로 택한 두 개의 웹툰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네이버 베스트도전에 올라온 '나는 귀머거리다'. 부제는 '대한민국서 청각장애인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부제에서 드러나듯 이 웹툰은 청각장애인 당사자가 그린 ‘일상툰’으로 청각장애인으로 살아가며 겪는 소소한 일상이 담겨있다.
이를테면, 영화가 무지 보고 싶은데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자막이 없어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주인공(작가 본인)은 영화 장면을 다 외운 뒤 인터넷에 올라온 리뷰 속 대사들을 정리해 각본집을 만든다. 그리고 대사를 통째로 외운 뒤 극장에 가서 영화를 재관람한다.
소리를 듣지 못해 일어나는 일은 일상다반사. 초인종을 눌러도 집안에 있는 주인공이 듣지를 못하니 어머니는 열린 창문으로 고구마를 마구 던져 신호를 보내고, 아버지는 두꺼비집을 내려버린다. 언니는 갑자기 와서 쓰담쓰담하고 가버린다. 그 자리엔 방귀 냄새가 피어오른다.
청인(소리가 들리는) 중심 사회에서 청각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걸까. '소리'를 알기 위해 '소리'를 온몸으로 탐색했던 어린 시절부터, 학창시절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상처받고 오해받은 경험들까지. 이 모든 게 귀여운 그림체에 담겨 있으니, 어쩐지 사랑스럽다.
![]() ▲네이버 웹툰 억수씨의 'Ho!' |
두 번째는 억수씨 작가의 'Ho!'다. 일본 2ch라는 사이트(www.2ch.net)에 작성된 게시물 '「따님을 주십시오」라고 말하러 가는 거다'를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연옥님이 보고계셔' 등 특유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체로 주목받아온 억수씨의 작품으로 그림체는 물론 스토리 전개도 아기자기하다. 주인공은 '청각장애여성 Ho(호)와 찌질남 원이'로 이 둘의 '연애이야기 같지 않은 연애이야기'가 깨알 같다.
연애 이야기가 주이기에 웹툰에서 청각장애는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특징 중의 하나로만 그려진다. 그러니까, '청각장애가 있는' 여성. 딱 그 정도. 두 주인공이 각각 초등학생-대학생 때 만난 뒤 재회하게 되면서 본격 연애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시간 동안 대학생이었던 원이는 군대에 가고 첫 여자친구와 만나 헤어지고 취직을 했다. Ho는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됐다. 시간의 흐름이 남자주인공 시각으로 진행되다 보니 Ho의 등장 분량은 아직까지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남자의 기억 저변엔 Ho가 있다. 'Ho!'는 그런 달달한 연애물이다. 16부 완결로 현재 무료로는 12화까지, 유료로는 15화까지 올라왔다.
2. 영화를 본다
![]() ▲영화 '두 개의 문' 포스터 |
지난 1월 20일은 용산참사 6주기였다. 이를 맞아 추모토론회, 추모 미사, 추모 전시회 등이 열렸다. 용산을 추모한다는 것은 용산을 기억한다는 것일 터. 용산 남일당 망루를 기억하기 위해 이번 주말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 ‘두 개의 문’(김일란·홍지유 감독, 2012)을 챙겨보는 건 어떨까. 다큐는 망루가 설치되고 경찰특공대의 진압작전이 진행된 그 날의 25시간을 추적한다. 경찰의 채증 영상과 영상 활동가들의 영상, 활동가들의 증언, 그 후 법정에서 이뤄진 증인들의 증언까지. 영화는 흩어진 퍼즐을 그러모아 그날의 ‘진실’을 하나씩 맞춰나간다.
그럼에도 비어있는 조각들이 있다. 경찰은 망루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채증을 시작했지만 망루를 진압한 채증 영상은 없다고 한다. 화재는 정말 화염병 때문이었을까? 신원 확인 절차 없이, 유가족 동의 없이 이뤄진 시신 부검은 어떠한가. 망루를 탈출한 고 이성수, 고 윤용헌은 왜 망루 안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을까? 때로 진실은 말해지지 않음에서 드러난다. 진실을 감추려는 자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에 침묵하는가에 집중할 때 잠겨있던 진실은 윤곽을 드러낸다.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영화 마지막의 침묵을 기억할 것이다.
검사가 당시 진압에 참가했던 특공대원에게 묻는다.
"진압 작전 중에 김남훈 경사가 사망했는데 사망 책임이 본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합니까?"
5초의 침묵이 흐른다.
"네, 농성자한테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집회에 간다

따뜻한 주말, 외출하기 좋은 날이다. 집에만 있기 갑갑하다면 외출을 하자.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날씨, 당신은 어느덧 서울역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잘 왔다. 바로 여기다.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범국민대회가 열리는 곳. 24일 토요일 2시.
지난 1월 21일 이유일 사장,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과 김규한 쌍용차 노조위원장이 3자 면담을 했다. 해고자 복직, 손배가압류, 쌍용차 정상화, 26명 희생자 유족에 대한 지원 등 4대 의제에 대해 ‘노노사’가 65개월 만에 대화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 이 소식과 함께 70m 굴뚝 위에 있는 김정욱, 이창근 씨도 8일 만에 식사와 방한용품을 다시 받기로 하고 조금은 따뜻한 밥을 먹게 됐으니 이 싸움이 마지막까지 힘을 잃지 않도록 힘 보태러 가면 보람찬 주말이 될 것이다.
[예고편] 구미 스타케미칼 45m 굴뚝에서도 차광호 씨가 고공농성 중이다. 다음 주 31일 토요일 저녁 6시, 굴뚝농성 250일 연대의 날이 펼쳐진다. 감히 예측건대 구미로 지방 나들이 가기 좋은 날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