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열려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 상대적 빈곤개념으로 측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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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민중생활보장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상대적 빈곤선 도입'을 촉구했다. |
"더울 때 선풍기라도 틀고, 추울 때 난방이라도 하며 살고 싶습니다. 수급자도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
민중생활보장위원회(아래 민생보위)가 지난 12일 '최저생계비 생존자 증언대회'를 열고 수급권자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한 데 이어, 19일 이른 9시 30분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상대빈곤선 도입을 촉구했다.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의 김선미 간사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 수급권 17가구를 조사했는데 이 중 11가구가 적자였고 부족한 비용은 구걸과 폐품 수집으로 충당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하고 "이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비용이 주거비로, 최저생계비는 (주거비를) 17%로 설정했지만 실제로는 30~40%가 주거비로 할애되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김 간사는 "결국 적은 금액으로 주거와 의료, 교육까지 해결해야 하므로 사람들은 먹을 것 입을 것을 줄이는, 말 그대로 '생존'만을 위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사회공공연구소 제갈현숙 연구위원은 "한 달 주거비 8만 7천 원, 4인 가족 한 달 외식비 2만 4천 원, 학용품인 칼이나 가위는 한 가정당 2년에 한 개씩으로 설정된 최저생계비는 헌법의 인간다운 권리 보장이나 기초생활보장법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라고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를 꼬집었다. 제갈 연구위원은 "상대적 빈곤 개념을 도입해 평균소득 40%로 최저생계비를 도입해야 그나마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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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보위 측에 의하면 99년도에 처음 최저생계비를 계측할 때에는 평균 소득 40.7%로 최저생계비를 측정했으나 2007년도에는 31.9%로 떨어졌다. 민생보위 측은 "99년도처럼 40%로 올린다면 1인 가구 61만 7천 원, 4인 가구 162만 원으로 지금보다 약 12% 인상돼야 최소 우리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남기철 간사는 "가상의 시장바구니에 생활필수품을 담아 측정하는 전물량방식은 가구구성이나 개인성향을 고려하지 않아 자의적 결정이 될 수 있고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적 생활변화를 고려하지 않았으며, 현장과 당사자의 의견을 고려치 않았기 때문에 이런 비민주적 절차를 재고해야 한다"라며 최저생계비 계측방식의 개선을 촉구했다.
수급권 당사자의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보내는 편지 낭독' 시간도 이어졌다. 홈리스행동 김학식 회원은 "문화적 생활은커녕 병마와 싸우면서 하루하루 넘기다 보니 극단적 생각도 하게 된다"라며 "추울 때는 더 춥게, 더울 때는 더 덥게, 모든 것을 참고 살고 있는데 수급자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라고 외쳤다.
활동보조가 없어 기자회견에 참가하지 못하고 편지만 보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영 회원은 "최저생계비에 장애인연금을 보태야 2인에 100만 원 정도 나오는데 주거비만 40만 원이 든다"라며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 가기가 겁나는 심정, 더운 데도 전기료 많이 나올까 봐 선풍기 한 대도 벌벌 떨며 켜야 하는 심정, 겁나게 오르는 물가 앞에서 단돈 몇천 원을 손에 쥐고 좌절해야 하는 심정을 아느냐"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최저생계비 현실화 방안을 위한 릴레이 1인 시위가 열렸다. 이날 1인 시위는 사회공공연구소의 제갈현숙 공공위원과 장애인 김아무개 씨가 번갈아가며 진행했다.
제갈 연구위원은 "수급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 차단돼 있고, 정치적 환경이 열악해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라며 "수급권이 제정된 지 10년째인데, 이 문제가 개선되고 나아져야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에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라고 밝혔다.
언어장애 3급, 지적장애 3급의 장애가 있는 김아무개 씨는 "어머니가 뇌출혈에 신부전증이라 한 달 비급여로 나오는 치료비만 70만 원 이상인데 2인 최저생계비 70여 만으로는 살 수가 없고, 일이라도 하려 하면 기초수급권을 박탈한다고 해서 고통스러운 심정"이라며 "무슨 기준으로 최저생계비를 정하는지 알고 싶고, 정부가 수급권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릴레이 1인 시위는 27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이날 이른 9시 30분에는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 회의가 보건복지부에서 열렸으며, 민생보위 측은 기자회견 후 요구안을 중생보위 측에 전달했다. 중생보위는 오는 9월 1일 최저생계비를 최종결정한다.
![]() ▲기자회견 후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측에 '최저생계비 요구안'을 전달하는 모습. |
![]() ▲27일까지 벌이는 민생보위의 릴레이 기자회견.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영 회원이 보건복지부 진수희 장관께 보내는 편지 전문> 진수희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사는 장애여성 지영이라고 합니다. 우선 새로 보건복지부 장관에 취임하게 되신 것.중책을 맡게 되심으로서 당연히 축하드려야 할 일이지만 지역사회에서 어렵게 쥐꼬리만한 수급비를 받는 수급자 입장에서 말씀드린다면 결코 고운말을 쓸 처지가 못 됨을 너그러이 용서하십시오. 장애여성으로, 장애인부부로 이 땅에서 살아가기 참 힘이 듦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문제도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이 너무나 크다는 사실이 참 비참하게 만들더군요. 기초생활수급비 2인 가족으로 나오는 돈, 장애인연금을 합쳐도 100만원이 조금 넘습니다. 월세 그 수급비 안에 주거비다, 뭐다, 하며 지급이 되지만 실제 생활은 책정된 명목보다 몇배가 더 지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장애인연금, 그것도 우리가 부부 장애인이라고 18,000원씩을 깎더군요. 치사하게... 한 예로 주거비가 8만 얼마로 책정되지만 저희 가정에서 나가는 주거비는 4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월세가 35만원에 1천만원 융자 받은 것이 보증금으로 들어가 있고 매달 7만원씩 갚아나가야 합니다. 각종 공과금과 핸드폰 요금이 약 30만원, 나머지로 한달 식비며 약값, 여러 가지 물픔들을 구입하며 아끼고 아껴도 힘든 상황이란 것 장관님께서 알고나 계실는지 모르겠네요, 며칠 전, 장관님의 동료 차명진 의원님께서 하루 기초생활 수급비로 생활하시면서 황제처럼 사셨다는 수기를 보며 끝 모를 절망감을 느꼈다는 것을 장관님께선 아실까요? 그 의원님께선 단 하루를 사셨지만 우리는 훨씬 많은 날들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야 합니다.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가기 겁나는 심정, 더운 데도 전기료 많이 나올까봐 선풍기 한 대도 벌벌 떨며 켜야 하는 심정, 겁나게 오르는 물가 앞에서 단 돈 몇 천원을 손에 쥐고 좌절해야 하는 심정, 그러한 심정으로 우리는 하루하루 살얼음을 걷듯 살아가야 합니다. 아니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맞을 겁니다. 부디, 장관님께서 처음 하셨던 말 ‘겸애교리’던가요? 제발 그 말씀처럼 실천하고 행동하셨으면 합니다. 당신의 복지정책으로 행동하고 실천해 주시리라 간절히 믿고 싶습니다. “겸애교리`는 `남도 내몸처럼, 남의 가족도 내 가족처럼, 남의 나라도 내 나라처럼 사랑하자`는 보편적 `겸애(兼愛)`와 그 실천방도로 물질적·경제적으로 의식주를 보장하는 `교리(交利)`를 강조한 전국시대 묵자의 사상이 담겨 있다.” 부디 장관님의 말씀이 진실이기를 우리가 믿을 수 있도록 해 주시리라 기대하겠습니다.
2010년 8월 18일 새벽에 기초생활 수급자 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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