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의무자 아닌 형의 동의로 강제입원...증빙서류 제출 안해
인권위, 해당 병원에 "정신보건법 준수, 인권교육 실시"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질환자를 먼저 입원시키고 나중에 보호의무자의 동의서를 제출받는 행위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가 31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진정인 이 모씨는 지난해 9월 17일 어머니 장 모씨와 형 이 모씨의 동의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진정인이 입원 동의절차를 수행할 수 있는 보호의무자에 해당하지 않는 형 이 모씨에 의해 부당하게 입원되었다며, 지난해 11월 14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보호의무자가 1인인 경우에는 1인의 동의로 한다)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하여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 등을 시킬 수 있으며, 입원등을 할 때 당해 보호의무자로부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입원 등의 동의서 및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결과, 해당 병원은 형 이 모씨가 진정인과 생계를 같이하는 보호의무자에 해당하는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빙서류를 제출받지 않았다. 다만 병원은 인권위 조사가 시작된 후, 입원한 날로부터 113일이 지난 올해 1월 7일에서야 진정인의 배우자로부터 입원동의서를 추가로 제출받았다.

하지만 인권위는 진정인의 위법한 입원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배우자로부터 입원동의서를 추가로 제출받아 사후에 적법한 입원요건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그때부터 적법한 입원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라며, 이 사건이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을 위반해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병원장에게 보호의무자 동의 입원의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고, 소속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인권위가 주관하는 '정신보건법' 관련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인권위 조사관은 다만 "정신보건법 상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받지 않은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법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 부족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어서 고발조치까지는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