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여성 병원 인도 과정에서 총기 사용...대법원 공판 열려
미국장애인법의 경찰 업무 적용 범위 두고 공방

폭력적으로 행동할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에게 경찰이 총기를 사용하는 문제를 두고 미국 대법원에서 공방이 오갔다. 미국장애인법(ADA;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이 명시한 ‘정당한 편의제공’(reasonable accommodation)의 의무를 경찰의 체포과정 등에도 적용해야 하는가를 두고 원고와 피고 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KQED News 화면 갈무리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각) 2008년 정신장애인을 병원으로 인도하려는 과정에서 샌프란시스코 시 경찰이 무리하게 총기를 사용한 사건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사건 당시 분열정동장애(schizoaffective disorder)를 가진 테레사 시한(Teresa Sheehan)이라는 50대 여성은 약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과 질환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 때 담당 사회복지사가 그녀의 그룹홈에 방문했고, 그녀는 칼을 들고 있었다. 사회복지사는 시한을 급히 병원에 보내고자 경찰을 불렀지만, 그녀는 경찰마저 집에서 내쫓고 문을 걸어 잠갔다. 이에 경찰은 방문을 강제로 따고 들어갔고, 그녀가 또 다시 칼을 들자 다섯 차례에 걸쳐 총을 쏜 것이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시한은 엉덩이에 두 차례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큰 부상을 당했다. 이후 그녀는 경찰이 미국장애인법에 명시된 ‘정당한 편의제공’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시 당국을 법원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샌프란시스코 연방재심법원은 미국장애인법이 경찰에게도 적용된다고 보고 시한의 손을 들어줬지만, 시는 즉각 항소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게이트』지(http://www.sfgate.com)에 따르면 이날 공판에서 대법원 판사들의 주된 의견은 샌프란시스코 재심법원 판결과는 다르게, 경찰이 위험 소지가 있는 용의자를 제압할 권리를 폭 넓게 인정하면서 이런 경찰 업무는 미국장애인법의 예외 대상이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판사 엘레나 케이건(Elena Kagan)은 “흉기를 소지하고 있고 언제라도 폭력적으로 돌변할 위험이 있는 사람을 다뤄야 하는 경찰관에게는 무죄 추정을 해 줘야 할 일정한 근거가 성립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업무와 관련해서 미국장애인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논란은 계속됐다. 판사 소니아 소토메이어(Sonia Sotomayor)의 경우 “법은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불필요한 해를 끼치지 않도록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소토메이어는 “미국장애인법은 그들(정신질환자)이 폭력적 행동으로 나아가기 전에 경찰관이 이를 완화시키는 노력을 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라고도 했다. 이어 그녀는 매년 미국에서 약 350명의 정신장애인이 경찰의 총기 사용에 의해 치명상을 입고 있다는 보고를 인용하면서, "(앞서 언급한대로 장애인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정신질환자는 자동적으로 죽음을 당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 측 변호인들은 칼을 들고 있는 정신질환자가 막다른 길에 몰려 있거나 경찰이 보안 카메라를 통해 시한의 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상황처럼, 경찰관이 용의자가 도망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경찰이 총기 사용을 자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또 다른 판사 앤서니 케네디(Anthony Kennedy)는 “(변호인들이 주장하는) 기준은 폭력적인 사람과 직면해야 하는 경찰관에게는 어떠한 지침서도 되지 못한다”라고 맞서기도 했다.

피고 측인 샌프란시스코 시 변호인인 크리스틴 밴 아켄(Christine Van Aken)은 “만약 어떤 사람이 심각한 위협을 드러낸다면, 편의제공(accommodation)은 필요치 않다”면서, 심지어 “용의자가 청각장애인이어서 경찰의 ‘손 들어’라는 명령을 듣지 못했고 경찰이 이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경찰은 ‘공공의 안전 보호’을 위해 필요하다면 용의자에게 총을 쏠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 앞서 3월 20일 미국시민자유권연합(ACLU;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은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나라 전역에서 경찰관들은 위기 상황에서 치명적인 물리력에 의지하지 않고 정신장애인과 상호소통을 통해 대처하는 더 안전한 방법을 택하고 있다"며 "침착한 의사소통, 정신의학 전문의와의 협력적 대응, 물리적 봉쇄 등이 그런 예이며, 시한의 사례에서도 이런 방법이 적용되었어야 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판은 바로 3주 전 로스앤젤레스 경찰이 정신질환이 있는 홈리스 남성을 총기를 이용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인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은 오는 6월 말로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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