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게이레즈비언인권위, 반인권 단체에 공간 내준 인권위에 서한
“한국 정부가 반인권 단체에 정당성 부여하고 있다”
최근 성소수자 혐오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 등 공공기관에서 토론회를 할 수 있도록 국가기관이 승인한 것에 대해 국제 성소수자 단체가 “한국 정부가 이들의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반(反)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홀리라이프,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선민네트워크 등은 지난해 11월 18일 새누리당 김상민 국회의원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1회 탈동성애 인권포럼을 개최했다. 이어 홀리라이프 등은 지난 3월 19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회 탈동성애 인권포럼을 이어 나갔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동성애는 종교적, 윤리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성적 지향이라며 동성애를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묘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조직적인 반대를 하고, 서울시민인권헌장 공청회 자리에서 성소수자들에게 물리적, 언어적 공격을 가하며 인권헌장 제정을 막은 대표적인 성소수자 혐오단체로 알려졌다.

이렇게 국회, 인권위 등 공공기관이 성소수자 차별을 옹호하는 단체들에게 연이어 공간 대여를 승인해주자 국제 게이 레즈비언 인권위원회(International Gay and Lesbian Human Rights Commission, 아래 국제위원회)는 지난 3일 현병철 인권위원장, 김상민 국회의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이들이 주장하는) ‘전환치료’에 대해 한국 정부가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LGBT(성소수자-편집자 주)에 대한 차별에 관대하다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국제위원회는 1990년에 설립된 국제적인 비정부 단체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은 기구다.
국제위원회는 “LGBT 차별을 옹호하는 단체들에게 공공기관 부지를 대여하고, LGBT 인권 침해를 조장하는 회의를 개최하도록 허가하는 정부는 이러한 단체들의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비추어진다”라며 “이러한 단체들의 활동 및 회의의 결과물이 공공 기관의 부지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공공기관이 차별과 폭력을 조장할 수 있는 LGBT에 대한 증오를 옹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 인권위가 성소수자 혐오세력 활동에 침묵하고 방조해온 이력은 이들의 우려에 힘을 실었다. 국제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동성애 혐오와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최이우 목사를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임명한 사실을 지적하며, "(최이우 목사의 임명은) 인권위의 신뢰성 및 인권보장 기구로서의 실효성에 대해 큰 의문을 품게 했다"라고 밝혔다. 국내 성소수자단체와 인권단체들 또한 지난 3월 19일 토론회 당일 이러한 인권위의 상황을 꼬집으며 거센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홀리라이프 등이 ‘인권포럼’이라고 행사명을 칭한 것에 대해서도 국제위원회는 “이는 명백한 기만행위”라면서 “(이들 단체는) LGBT 가족들이 LGBT 당사자가 가지는 개인적이고 본질적인 특성을 용인하지 못하게 하며, 이는 LGBT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로 직접 이어진다”라고 꼬집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전환 치료’에 대해서도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다”며 반동성애의 편견에 근거한 잘못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제위원회는 △국회는 소수자를 희생양으로 삼거나 차별을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단체들의 행사가 국회 부지에서 사용되지 않도록 할 것 △대통령, 국회, 보건복지부는 ‘전환치료’에 대한 입장을 공표할 것 △성소수자를 중점 담당하는 인권위 위원을 성소수자 단체들과 협의하여 임명할 것 △인권위는 ‘대관 사태’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할 것 △인권위는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에 대한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 포럼 법률가자문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인권위 담당자는 이러한 국내외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지난 3월 20일) 해명 보도한 게 전부다. 이 외에 따로 할 이야기는 없다.”라면서 서한에 대해선 “전달받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