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종류와 등급 같으면 같은 서비스? “수요·공급 불일치 야기”
고용서비스 제공기관 조사해보니, 공공기관 현저히 적어
장애인 고용서비스 제공기관이 전문적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천편일률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장애인들의 고용 욕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제공기관별로 고용서비스를 전문화하고 다양한 고용서비스 기관을 통합적으로 체계화시키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주 의원 주최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고용서비스의 실천적 변화와 전망' 토론회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김용탁 연구원은 지난해에 장애인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관, 장애인단체, 직업재활시설, 특수학교 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지금까지 장애인 고용서비스와 관련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의 통합 여부였다”며 “하지만 이러한 논의로 인해 실제로 노동시장에서 다양한 장애인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전문적인 역량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간과되었다”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는 장애인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입장에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 체계 개편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조사 결과 설문에 응답한 기관 총 742개소 중 운영 주체가 사회복지법인인 경우가 45.3%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사단법인 또는 재단법인이 26.8%, 비영리민간단체가 16.7%를 차지했다. 반면 공공기관은 6.6%, 정부기관은 4.2%로 공공영역의 비중이 현저히 적었다.
기관 내에 장애인 고용서비스 전담조직이 존재하는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52.2%가 ‘없다’라고 답했고, 담당자 수 분포에서도 전체의 49.7%가 2명 미만이라고 답해, 고용서비스 제공이 중점 사업이 아니거나 영세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서비스 내용과 관련해 살펴보면 전체 기관의 50% 이상이 직업상담, 취업알선, 직업 훈련, 사례관리, 일상생활 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을 함께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취업 알선 실적을 살펴보면 조사 기관들의 평균 목표 인원 23.5명에 비해 실제 취업 장애인수는 13.7명에 불과했다. 또한 실제 취업 알선 실적과 취업 장애인이 없는 기관도 각각 25.7%와 27.9%에 달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김 연구원은 “기관의 특성과 관계없이 많은 기관들이 고용서비스의 많은 내용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직업훈련이 개별 기관에서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의 요구 사항과는 어느 정도 괴리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2013년 장애인 고용패널조사에 의하면 최근 7년간 고용서비스 경험 유무에 대한 질문에 경험이 있다는 답변이 18.5%에 불과했고, 향후 1년 이내 고용서비스 희망 여부에 관한 질문에서는 91.1%가 희망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면서 “정부기관을 포함해 다양한 기관이 (각각) 모든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 노동시장에서는 이러한 고용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욕구가 나타나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장애 종류와 등급만 같으면 대부분 같은 서비스 욕구를 가지는 것으로 간주하는 시스템의 문제”라며 “이러한 한계의 결과로서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서는 여전히 수요자 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연구원은 “비전문화된 고용서비스를 전문화된 영역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면서 “서비스 수준에 대한 평가와 동시에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내용과 정도에 대한 욕구 조사를 근거로 한 서비스 표준화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서비스 공급과 수요 사이의 괴리를 보완하기 위해서 다양한 고용서비스 기관을 통합적으로 체계화시키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면서, 고용 욕구가 있는 장애인에 대한 초기 상담 창구를 단일화하되, 기초자치단체와 워크센터, 각 고용서비스 제공기관들이 적절히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를 제안했다.
이와 함께 장애인 고용서비스의 공공 영역을 맡고 있는 장애인고용공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공공고용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하는 경우에도 개별 대상자를 창구에서 접수하고, 그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가를 판정하고, 민간기관에 의한 서비스 제공 이후에도 그 대상자를 지속해서 관리하는 역할은 공공기관이 수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의 주장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김준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장은 많은 부분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대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김 팀장은 “서비스 표준화 작업의 경우 전문화된 서비스 제공에 기여하기보다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목표에 적합할 것”이라며, 대안의 구체화를 주문했다.
또한 김 팀장은 “장애인 고용서비스 체계 개편 논의는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사이의 미묘한 이해관계,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의 미묘한 영역 다툼과 관련되어 있다”면서 “논의를 보다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역할을 보다 뚜렷하게 정립하고, 필요하다면 서비스 전달체계의 과감한 구조조정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