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이드_따끈따끈 오늘의 창작①최회승 창작자

[따끈따끈 오늘의 창작]

<로사이드>와 함께하는 '따끈따끈 오늘의 창작'을 시작합니다. <로사이드>는 의미 없는 낙서 또는 장애에서 비롯된 증상으로 여겨져 버려지고 금지되던 예술 작업, 제도권 교육과 관계없이 지속하여온 독창적인 창작세계를 재조명하고 사회에 소개합니다. 최근에는 자폐성장애, 정신장애, 경계성 장애 등을 가진 창작자와 함께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로사이드>는 이러한 창작물을 본 연재를 통해 정기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누리집 :
rawside.kr

▲최회승 창작자 작품

마석 가는 길

회승 군이 아스팔트를 깔았다.

‘저 아스팔트 깔아요. 마석 가는 거. 아스팔트 깨끗이 깔아요.’

회승 군이 아스팔트를 깐다고 할 때, 그는 정말 아스팔트를 까는 것이고, 그가 아스팔트를 까는 곳이 종이 위라면, 그는 종이 위에 아스팔트를 까는 가장 모범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첫째, 4절이든 2절이든 그 어떤 거대한 사이즈의 종이든 정확하게 2등분 하는 중앙선을 가로로 곧게 긋는다.
둘째, 2등분 된 상단과 하단을 일정한 면적으로 4등분 하는 선을 세로로 곧게 긋는다.
셋째, 나누어진 각 면적을 채우는 선을 가로로 곧게, 빈틈없이 그어 내려간다. (단, 각 면적의 중앙은 노란색 선을 사용한다)
넷째, 완성된 아스팔트 위를 다니는 것이 있다면 다른 종이에 그린 후 오려 붙인다.

평소, 회승 군이 주로 하는 작업은 빠지는 번호판을 그리는 것이다.
‘선생님, 빠지는 번호판이 많아요.’
그가 빠지는 번호판을 그린다고 할 때, 그는 정말 세상의 모든 빠지는 번호판을 그리는 것이고, 그가 빠지는 번호판을 그리는 곳이 종이 위라면, 그는 종이 위에 빠지는 번호판을 그리는 가장 모범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첫째, 시작 번호판을 그린다. 예를 들면, 경기49ㅂH070
둘째, 그다음 번호판을 시작 번호판 아래 그린다. 경기49ㅂH071
셋째, 그다음, 다음다음 번호판을 계속 그린다. 경기49ㅂH072, 경기49ㅂH073, 경기49ㅂH074…
넷째, 종이가 끝나는 데에서 번호판은 멈춘다.

나는 작년 10월부터 최회승 군을 만나고 있다. 그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는 알 수 없는 위안을 느낀다.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흉흉할수록, 살아가는 일이 비비 꼬여 풀어야 할 매듭이 어디인지조차 분간이 안 되는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뭐랄까… ‘그걸’ 한다고 했을 때 정말 ‘그걸’ 하는 창작. 가장 단순하고 가장 정직한 방식으로 ‘그걸’ 하는, 그야말로 ‘곧이곧대로’의 창작. 그 창작의 맑은 정직성을, 아마도 가슴은 간절히 원하는 것일 테다. 그리고 그 맑은 정직성이, 최회승 군이 지속해오고 있는 창작의 큰 힘일 것이다. 그의 작업이 나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킬 바로 그때, 회승 군이 무엇을 그리고 있을지 나는 너무도 궁금하다.

* 글_김효나 로사이드 스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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