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세계와 들리지 않는 세계, 그 경계의 세계에서 자란 아이
“한 감각의 부재가 가져오는 그들만의 특별한 세상 그리고자”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과 들리는 세상, 그 경계에서 살아온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이길보라 감독)가 23일 개봉한다.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딸 보라와 아들 광희는 수화를 모어로 익히며 자랐다. 수화로 옹알이를 했던 보라는 부모와 수화를 통해 소통했다. 남들이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듯 그들은 많은 것들을 수화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들은 들리는 세상과 만나게 되면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 부모의 세상과 들리는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해야만 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대신해 은행에 전화를 걸고, 부동산에 연락해 이사 갈 집의 보증금이 얼마인지 물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누구보다 빨리 어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딸 보라는 바로 이길보라 감독 자신이다. 감독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과 들리는 세상, 두 세상의 공존과 충돌을 겪으며 지내온 성장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낸다. 영화는 가족의 행복한 모습 뒤에 자리 잡은 이들의 방황하던 시절과 고민까지 담아내고 있다.

 

이길보라 감독은 “20대에 들어서자 부모와 나를 둘러싼 이중문화는 세상을 특별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청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으로 세상을 만나는 이들에게는 이들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 있다. 청각의 부재는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소리를 만들어낸다.”면서 “나는 내가 자라오면서 경험했던 부모의 반짝이는 세상, 한 감각의 부재가 가져오는 그들만의 특별한 세상을 그리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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