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반 분리부터 업주 부부 세숫물 데우기까지…‘임금은 못 받아’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 “신안 염전 노예사건과 유사…적극 대처”

경기도에 있는 개 사육장에서 한 지적장애인이 하루 19시간 이상 일하고도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등 사실상 ‘노예’처럼 살아온 사실이 적발됐다. 그는 그 전에 있던 사업장에서도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지속적인 폭행을 당해왔다.

 

전주시에 거주하던 구아무개 씨(지적장애 3급, 48세)는 10여 년 전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으나 직장을 구하지 못해 노숙생활을 하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중국음식점에 취업했다. 그는 그곳에서 2014년 초까지 양파 까기, 설거지 등의 일을 했으나 급여는 매주 토요일마다 5~10만 원 받는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구 씨는 중국음식점 업주와 실장, 배달원으로부터 지속해서 폭행을 당해왔다.

 

이후 중국음식점이 폐업하자 이곳에 해산물을 납품하던 이의 소개로 구 씨는 2014년 4월경 김포시에 있는 개 사육장에 취업하게 됐다. 그는 “통장을 주면 매달 임금을 입금해놓겠다”는 개 사육장 업주 부부의 말에 속아 그들에게 통장을 맡겼다. 그러나 업주 부부는 단 한 번도 구 씨 통장에 월급을 입금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구 씨는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 업무 준비를 한 뒤 새벽 4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하는 등 하루 19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려왔다. 그는 군대에서 수거해온 잔반에서 이쑤시개, 플라스틱 등 이물질을 제거한 뒤 그 잔반을 끓여 100여 마리의 개에게 개밥을 만들어 주고, 개집 청소, 개 짝짓기 등의 일을 해왔다. 또한 매일 아침 업주 부부가 사용할 세숫물을 데워 준비하는 등의 일을 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주변인의 신고로 경찰에 접수됐으며, 현재 구 씨는 가족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구 씨의 가족은 10여 년 전 구 씨가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닿지 않자 실종 신고를 해놓은 상태였다.

 

이번 사건을 지원하는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는 “(발견 당시) 구 씨는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였고 그동안 받았던 부당한 대우로 인해 자존감이 매주 낮은 상태였다”면서 “피해자 구 씨를 폭행하고 나아가 구 씨가 지적장애인임을 이용해 노동력 착취를 한 이 사건은 작년에 세상에 알려진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과 유사하다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는 신안 염전 노예 사건에 참여했던 최정규, 서창효, 서치원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을 고발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중국음식점, 개 사육장 업주들을 준사기죄, 감금죄,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지난 12일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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