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여기서 이러면 안 돼, 안 돼! 저기 저쪽1)으로 가요!”
“지하철 타러 온 사람들이 오가는 통로에서 노숙하는 거 아니야, 얼른 일어나!”
“음료수 먹는 곳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 종이컵 쓰레기 치우고 가!”
“저쪽에 많이들 있어, 거기서 말하면 되니까 빨리 가라니까!”

나는 이마에 피가 나고 부어있는 거리홈리스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어쩌다가 다치셨는지, 아프지 않으신지, 병원에 가셨는지 걱정되는 마음에 이것저것 여쭤보는 상황이었다. 두 번째 만난 이 아저씨는 얼마 전 받았던 기초생활수급 급여를 잃어버리고 막 노숙을 하게 되어 무료급식을 드시는 곳도 모르던 분이라 더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그래서 치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안내하려고 상담을 하고 있는데, 경찰 두 명이 와서 다짜고짜 훼방을 하는 것이었다. 방해를 받아 기분이 나빴지만 아저씨가 경찰에게 “네, 네, 죄송합니다.”라고 하셔서 나도 조용히 말했다.

“아저씨가 음료를 다 드시면 종이컵은 갖고 있는 비닐봉지에 담아서 갈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상담 중이어서 다 끝나면 갈 거니까 그만들 가세요.”

하지만 경찰들은 가지 않았다. 나한테 하는 소리가 아니라며 내 뒤에 서서 그 홈리스에게 ‘노숙하는 곳 아니다, (종이컵)쓰레기 치워라, 얼른 일어나라’며 시종일관 반말과 지시의 말을 내뱉었다. 아저씨는 경찰에게 연거푸 죄송하다고 했다. 그리고 경찰은 신경질적으로 또다시 같은 말을 했다. 이번에는 나도 화가 났다. 분명 죄송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 아저씨는 아픈 분이고, 치료에 대해서 이야기 중인데 왜 이렇게 경찰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경찰은 왜 이 홈리스의 피 흘린 이마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인지 답답했다. 


“똑같은 말을 여섯 번 이상 계속하셔서 다 알아들었으니, 가세요! 왜 자꾸 말도 못하게 방해하는 거예요.” 내 말에 경찰은 흥분했다. “똑같은 말? 여섯 번? 내가 여기저기 널린 쓰레기 치우느라 얼마나 힘든데! 빨리 저쪽으로 가!”

이렇게 욕만 안 했을 뿐이지 위압적으로 명령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침을 튀기면서 나를 노려보는 그 경찰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아저씨도 일어나서 경찰에게 뭐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더 큰소리로 맞대응했다. 옆에 있던 다른 경찰이 아까는 “어른이 이야기하시는데(!)...”라고 했었지만, 쳐다보는 눈길이 많아지자 그제야 “일이 고되서 그러는 거니 이해해 달라”며 경찰을 데리고 갔다.

아저씨는 우리 편이 되어줘서 고맙다고, 애썼다며 나를 위로해주셨다. 하지만 내 심장은 백 미터 달리기를 하는 듯 쿵쾅거렸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한때는 멋진 경찰이 되어 나쁜 사람도 잡고, 힘없는 사람들을 친절하게 도와줘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순수한 학창시절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경찰에게 실망했다. 왜냐하면 이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거리홈리스를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거리홈리스를 예비범죄자 취급하며 밤낮없이 습관적으로 불심검문을 해댔다. 서울역에서 쓰레기 치운다고 작년부터 봉투와 집게를 들고 다니며 홈리스에게 ‘(다른 곳으로)비켜라, 신분증 내놔라’ 하는 등 홈리스를 괴롭혔다. 억울한 일을 당해 경찰관을 찾은 홈리스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는 사례도 여러 번. 서울역을 무대로 홈리스를 노리는 명의범죄, 불법 요양병원이 돌아다녀도 그들의 관심 밖인 것만 같아 경찰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제 역할을 하는 경찰들이 더 많겠지만 적어도 서울역에서 내가 만난 경찰은, 거리홈리스에게 들었던 경찰의 모습은 힘없는 사람들을 시달리게 하고 지치게 하는 권력을 가진 존재임에는 분명해 보였다.

인권지킴이 아웃리치에 함께하는 학생 활동가들도 고압적인 말과 태도, 그리고 매서운 눈빛으로 홈리스를 대하는 경찰들을 여러 번 목격했다. 지하도 구석에 조용히 있는 홈리스들을 저쪽(!)으로 가라며 내모는 모습도 여러 번, 이유를 물으면 술 마시는 사람들이라서 그렇다는데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분들임에도,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분들까지 토끼몰이하듯 몰아내는 경찰에게 홈리스는 힘없이 굴복당했다. 그래서일까, 어떤 홈리스는 경찰이 나서서 (우리 노숙인을) 청소하고 다닌다는 말까지 하셨다. 심지어 거리홈리스에게 음식을 드리려는 어떤 종교단체 관계자에게 경찰이 “이 사람들 비둘기처럼 주는 대로 다 받아먹어요 짐승처럼, 여기 먹을 데 많으니 주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는 홈리스 한 분에게 당시 심정을 물었더니 깊은 한숨만 내쉬셨다.

지난 5월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경찰, 경비용역 등 여러 명이 상담 중이던 활동가들과 홈리스를 에워싸고 종이컵을 빌미로 쓰레기를 운운하며 상담을 할 수 없도록 방해했다. 결국 불안정한 상황을 벗어나고자 자체 수거하겠다고 했지만, 나중에 파출소에 와서 검사를 받으라는 등 월권행사로 공권력을 남용하는 등 경찰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2011년부터 시작된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로 특수경비용역에 의해 서울역 내부 의자에 앉아 쉬는 것도, 화장실에 가는 것도 이들에겐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지하도 통로에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지하철보안관에 의해 이유를 말해야 하고, 반말을 들어도 따지지 못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탄압받는 홈리스인데 공권력조차 이들을 보호하기는커녕 더 통제하고, 서울역으로부터 깨끗하게(!) 치우려고 애쓰는 것만 같았다.

우린 아웃리치 상담을 통해 홈리스와의 관계를 만들고, 홈리스 상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함께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인데 이를 쓰레기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보는 상식 이하의 사고를 가진 경찰의 폭력은 도를 넘었다고 판단되었다.

경찰의 이런 무차별 공권력 횡포에 대해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서둘러 기자회견을 준비했고, 경찰서장 면담을 요청했다.

5월 22일 면담을 통해 남대문경찰서장에게 •단체와 홈리스 당사자에 대한 파출소장의 사과, •경찰의 청소행위 중단, 대체 필요인력 산출하여 서울시, 철도공사 등에 요구할 것(경찰과 단체의 공동요구), •서울역 광장에 쓰레기통 설치(경찰의 철도공사 상대 요구), •홈리스 상대 범죄 예방 해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얼마 뒤 파출소장의 사과 메일이 왔고, 이를 홈리스 대중에게 알릴 예정이다.

경찰 개인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홈리스를 대하는 공권력, 극한의 빈곤에 놓인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경찰의 기본 인권의식 부재 및 고압적 태도에 경종을 울리려고 하는 것이다. 경찰이라는 공권력을 가진 조직이라면 치졸하게 빈곤을 억압하는 단속과 제재가 아니라, 홈리스를 노리는 범죄 소탕과 안전과 치안에 취약한 홈리스를 보호하기 위한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민중을 지켜주는 지팡이가 아니라 두들겨 패는 지팡이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스스로도 창피할 터이니 말이다.

“경찰 여러분, 홈리스에게 이러시면 안 됩니다! 폭력적인 공권력 그만 좀 휘두르시지요!”

각주 1) 저쪽 : 밤에 거리홈리스가 노숙하는 서울역 지하통로 일부분(6,7번 출구). 이곳은 철도공사 소유가 아니다.

밥쏴의 함께 먹는 이야기
밥은 하늘이고, 하늘은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서로 나누어 먹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께 먹는 밥이 더 맛있는데다 서로의 생명까지 살리니 이보다 더 좋은 건 없겠지요. 누구든지 밥 걱정없이 살았으면 하는 것과 제 스스로가 밥처럼 살고 싶어 지은 별명입니다. 밥쏴(!)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