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당시 법 제정 공약, 3년째 미이행
한농협, 요구서와 1만 명 서명 청와대에 전달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당시 공약 중 하나로 수화언어법 제정을 내걸었으나, 아직도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농인들이 대통령에게 수화언어법 제정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수화언어법 제정에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며 한국농아인협회가 30일 청운효자동 앞에서 연 기자회견.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한국수화의 언어적 지위 보장, 수화를 기반으로 의사소통 보장, 농인 교육환경 개선 등을 위한 가칭 「한국수화언어기본법」 제정을 장애인 분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후 국회에서 2013년 10월 이애리사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수어법」을, 11월에는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수화언어 및 농문화 기본법」을 발의하는 등 관련 법안 4개가 발의돼 현재 병합 심사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올해 3월 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아래 교문위) 입법공청회 이후, 지난 4월 30일 교문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지연됨에 따라 후순위에 있던 수화언어법 논의도 진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앞으로 법안 제정 과정도 순탄치 않을 예정이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반발한 야당이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했으며, 내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법안 논의가 뒤로 밀리거나 19대 국회 회기 종료로 법안이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농아인협회(아래 한농협)는 30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과 정치권이 약속대로 수화언어법의 조속한 제정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이대섭 한농협 회장은 “농인은 사회적 약자로서 수화언어의 권리가 인정받아야 한다. 수화가 사회적으로 언어로 인정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화언어법을 제정하는 것이며, 이외의 다른 방법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문병길 한농협 서울협회장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면 수화를 법률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것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농인들은 희망을 품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수화언어법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라며 “수화는 농인들의 삶의 전부이자 생명이다. 대통령이 수화언어법을 조속히 만들도록 노력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윤우중 한농협 부회장은 “수화언어법이 제정되어야 농인들은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살 수 있다. 정치인들은 말로만 법 제정한다고 하기보다 실천으로 보여줬으면 한다.”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수화언어법 제정이 미뤄질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기자회견 후 한농협은 수화언어법 제정을 촉구하는 1만 400명의 서명과 요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한농협은 6월 한 달간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서명을 진행한 바 있다.

▲수화언어법 제정을 촉구하는 요구서와 1만 400명의 서명 용지.
▲박근혜 대통령 공약집에 수록된 수화언어법 제정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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