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자체, 편의 미제공은 장애인차별이지만 구제 필요한 상황 아냐”
인권위 “차별행위 인정했다면 의무 다하길 기대”
![]() ▲휠체어째 탑승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없어 휠체어 탄 장애인이 광역버스 앞에 멈춰서 있다. |
지난해 휠체어 이용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은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는 시외 및 광역버스가 없다며 국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버스회사 2곳을 상대로 장애인 차별 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부장판사 지영난)는 버스 회사 2곳에 대해서만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승하차할 수 있는 휠체어 승강설비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이 외에 국토부, 서울시, 경기도에 교통약자법에 따라 시외 및 고속버스에도 저상버스 등을 도입하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을 수립하라는 것과 노인과 영유아 동반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등은 모두 기각했다.
이번 판결에 인권위는 “법원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동등하게 시외 및 광역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버스회사 측에 정당한 승하차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 제48조 제2항에서 차별행위의 중지, 개선, 시정 등 법원의 적극적 조치를 활용한 판결을 함으로써 향후 장애인 시외 이동권이 개선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통행정기관인 국토부 장관, 서울시장, 경기도지사가 시외 및 광역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장차법 상 장애인 차별에 해당하나 법원의 적극적 구제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선 “많은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법원은 “휠체어 승강설비 도입을 위한 시책 추진, 재정 지원 등을 적극적 조치로서 명하는 것은 법원이 명할 수 있는 구제조치의 영역을 넘어서고, 차별행위 시정을 위한 적합한 방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인권위는 “법원이 교통행정기관인 국토부 장관, 서울시장 등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는 기각했으나 기본적으로 이 기관들이 정당한 편의 미제공이 장차법에서 정하는 차별행위임을 인정하였다는 점을 감안하여, 국가 및 지자체가 장애인이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적·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야 할 의무를 다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5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시외 및 고속버스가 단 한대도 없는 것은 장애인차별이라며 이에 대한 이동편의시설이 갖춰질 수 있도록 국회의장, 기획재정부장관, 국토부 장관, 광역지자체 등에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세부 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