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자활로 대대적 홍보했던 카페 ‘별일인가’, 4개월 만에 ‘끝’“전시행정 말고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자활사업 마련하라”

노숙인 자활을 위해 서울시와 민간기업의 지원으로 열렸던 카페 별일인가(家)가 개업 4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카페에서 일했던 노숙인 바리스타 2명은 다시 실업자가 됐다.
이에 대해 홈리스행동 등은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에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노숙인 자활사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카페 ‘별일인가’는 지난 2월 초, 청계천 광교 갤러리의 조그만 가판대로 문을 열었다. 이는 광고회사 ‘이노션’이 아이디어 공모에 당선된 대학생의 기획을 바탕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별일인가’는 누구나 어려움을 겪고 사는데 이를 잘 극복하면 지난 일은 별일 아니라는 뜻을 카페 이름에 담아 노숙인의 자활 의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노숙인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바꾸기 위해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당시 노숙인 자활의 좋은 모델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됐으며, 광고회사 이노션은 서울시장으로부터 표창도 받았다. 하지만 이 사업은 프로젝트 기한 4개월이 끝나면서 6월 초에 접게 됐다. 이로 인해 1호점에 이어 열렸던 2호점도 함께 문을 닫았다.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이를 긍정적으로 본 서울시의 제안으로 원래 6월 초 서울 내 다른 지역으로 옮겨 별일인가를 이어가기로 했다. 서울시와 광고회사가 가판대 운영 지원에 대해 구두로 약속한 상태였다. 가판대를 이용하기 위해선 도로점용료와 가판대 사용료 총 83만 7950원을 내야 했다. 하지만 별일인가 바리스타였던 노숙인 두 사람이 이러한 거금을 마련할 수 없어 가판대 운영 지원을 약속했던 서울시와 광고회사에 이를 요청하자, 서울시와 광고회사는 ‘지원해줄 수 없다’ 하였고 결국 가판대 운영은 수포가 되었다.
별일인가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자립에 대한 꿈을 키웠던 김종언 씨(50세) “이 일을 통해 나도 자립하고, 이 기술을 다른 노숙인에게도 가르쳐 나처럼 자립할 수 있게 돕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이 두 개의 꿈이 모두 깨졌다”라고 눈물지었다. 
김 씨는 별일인가에서 일할 당시 기업의 지원으로 한 달에 120만 원의 임금을 받았다. 그러나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김 씨는 현재 실업급여를 받으며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으나 아직 구하지 못했다.
김 씨는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데 한 달 방세와 관리비만 20만 원이 든다”면서 “이 상태라면 실업급여가 끝나는 9월 이후엔 어떠한 수입도 없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에 홈리스행동은 서울시와 기업의 ‘전시행정’을 규탄하며 이벤트성 지원이 아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노숙인 일자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황성철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당시 언론은 별일인가를 노숙인 자활 사업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이러한 사정들로 이들이 그만두게 된 것에 대해선 아무도 모른다”면서 “별일인가는 다른 노숙인들도 이를 보고 자립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려고 시작됐다. 그렇다면 목적의식에 부합하게 운영됐어야 하는데 목적의식을 상실한 채 끝났다”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홈리스행동은 현재와 같은 1년 미만의 단기적 고용으로는 노숙인 자립을 지원하기 불가능하며, 이처럼 일자리가 끊길 경우 동업종으로의 재계약 및 재취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숙련노동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별일인가의 경우처럼 전체 노숙인 숫자 대비 일자리 참여 노숙인 수가 턱없이 적고, 거리 홈리스가 아닌 노숙인 시설 이용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현재의 노숙인 일자리의 한계점이라고 전했다.
홈리스행동은 별일인가 바리스타로 일한 두 사람이 카페를 지속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과 노숙인 일자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와 관련해 서울시에 면담 요청서를 제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