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학생 교육방송 접근권 확보방안 공청회 열려
기술적 조치 외 프로그램 내용 개편 등 필요 ··· EBS는 "예산부족"

“‘방귀대장 뿡뿡이’ 등 유아 프로그램의 경우 1학년 아이가 보는 것을 봤는데, 6학년이 돼서도 여전히 아이가 ‘방귀대장 뿡뿡이’를 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특수교사)

“현재 장애인 대상 TV 프로그램은 KBS 1TV '사랑의 가족‘이 유일한데 이는 범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므로 발달장애인들이 교육방송을 통해 교육받을 수 있거나 일상생활 관련해서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신문방송학 교수)

“당연히 없으니까 아이들이 볼 수 없는 거다. 발달장애학생이 시청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식 때문인 듯하다. 감각장애인은 당사자들이 주장하기 때문에 수화 또는 자막 등 방송서비스를 받지만, 발달장애는 요구하지 못해서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연관성있는 사람들이 계속 요구할 필요가 있다.”(학부모)

발달장애학생을 가르치는 학부모, 교사와 발달장애학생 당사자를 대상으로 2010년 6월부터 7월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내용이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사교육 경비 절감 대안으로 종종 EBS 교육방송이 거론된다. 그러나 발달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한 맞춤형 교육방송은 전혀 없어 발달장애학생 대부분이 유아용 프로그램 시청에 머무는 등 방송교육권에서 배제되는 현실이다.

이에 발달장애학생 관련 교육방송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밝히고, 방송접근권 확대를 촉구하는 자리가 열렸다. 사단법인 한국제나가족지원센터는 나경원 의원과 공동으로 지난 15일 늦은 3시 방송회관에서 ‘발달장애학생 교육방송 접근권 확보방안 연구 공청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경민대학 남영진 자치행정과 교수의 자료를 보면 211명의 발달장애학생, 교사, 학부모, 특수교육전문가, 방송관계자 등을 설문조사한 결과 발달장애학생들의 66.8%가 교육방송을 원하고 있었으며 68.9%가 스스로 교육방송을 선택해 시청하고 있었다.

교육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발달장애학생들은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다’는 측면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자신의 능력과 특성에 맞도록 되어있다’는 측면을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특수교육전문가들은 발달장애학생들이 교육방송을 거의 보지 않는 이유가 학생들에게 적합한 방송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전문가들은 교육방송이 ’발달장애학생의 정보 절대부족에서 탈피‘, ’사회생활 및 기초생활지식습득‘, ’사회에 대한 이해증진‘ ’학생들의 취업정보제공‘ 등 학생들의 미래 개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았다.

한편, 방송 관계자들은 방송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를 시청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DVD 등 별도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이 실효성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예산과 정책이 지원된다면 발달장애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고정 편성하고 수용 능력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 교수는 “외국도 발달장애학생 교육방송연구가 거의 없어, 한국부터 이 부분에 대한 연구시작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라고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사, 학부모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도 발표됐다. 은평대영학교 고명 교사는 학생들에게 청소나 학교체조 등을 영상으로 교육하는 사례를 발표하면서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효과가 좋지만, 교육 영상을 제작하는데 한 학기가 걸리고 기술적 문제 등 걸리는 게 많아 교육방송에서 신경을 더 써줬으면 한다“라고 설명했다.

부모 유염희 씨도 “아이가 교육방송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는 걸 보니 자기 또래처럼 같은 교육과정을 알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라며 ”사교육 외에 편히 집에서 교육시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실현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고명 교사가 은평대영학교 교사들이 직접 만든 체조 동영상 등을 선보이며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발표하는 모습.

원광대 중등특수교육과 강경숙 교수는 “설문조사를 보면 장애인부모 및 교사의 의견에서 ‘장애인을 출연자뿐만 아니라 사회자, 리포터 등 주요구성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보다는 ’방송소재나 내용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해야 한다’는 부분에 치우쳐 있는 것이 아쉬웠다”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서비스 방식에 있어서 장애특성상 시간연장, 반복 학습 등의 조치가 수반되어야 하므로 PC보다 접근방식과 프로세스가 단순하고 기기조작도 단순한 IPTV가 필요하며, 표현방식은 단순하고 흥미로우며, 짧은 시간 반복을 통해 학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국립특수교육원 오유정 연구사는 “장애인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대부분 온정주의 혹은 특정한 재능을 부각하는데 평범한 장애학생들에게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면서 “집에만 있는 장애학생들, 학교 졸업하면 재교육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교육방송공사 박치형 정책기획국장은 “앞의 고명 교사 사례를 보니 선생님들이 영상을 제작할 시간에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EBS가 노력하겠다”라면서도 “자체 수입이 70%이며 2,500원 수신료 중에 70원만 받고 있어 예산이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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