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자유권 위원회 심의에서 '실망스러운 답변' 내놓은 한국 정부
![]() ▲유엔 제네바 본부 ⓒUN Photo |
각국의 자유권 보장 수준을 평가하는 국제 회의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 전문가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 위원회(아래 자유권 위원회)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현지 시각 10월 22일부터 23일까지 한국이 제출한 보고서를 심의했다. 한국에서는 이번 회의에 법무부, 외교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측 각계 대표 40여 명과 공동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83개 인권시민사회단체의 대표단이 참여했다.
유엔 자유권 위원들은 한국의 자유권 상황에 대해 전반적인 우려를 표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부재, 집회결사의 자유 침해,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보장, 정신장애인의 강제입원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해 질문했다.
한국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 같은 관심은 한국이 오는 28일 뉴욕에서 열릴 제70차 유엔 총회에서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 나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번 심의 과정에서 자유권 위원들의 질문에 기존 보고서에 있는 내용만 반복하거나 실질적인 개선안을 내놓지 못해 질타를 받았다.
일례로 자유권 위원회는 정신장애인의 강제 입원 문제에 관하여 "정신장애인이 비자발적으로 입원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그리고 독방 감금, 신체적 폭력, 강박, 과도한 약물 사용 등으로부터 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하고 있는지" 물었다. 위원회는 "이러한 형태의 구금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그 경우에도 적절한 절차와 지속적인 법적 구제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위원회의 질의에 강제입원 방지를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2014년에 강제입원 조건을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는 강제입원 요건인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 유무 △자해 혹은 타해의 위험이 있는 경우 두 가지 중 하나만 충족하면 강제입원이 가능했던 기존의 법을 '두 요건 모두 충족'으로 바꾸는 수준으로 정비한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이 대책에 대해 현장의 기대감이 높지 않을 뿐더러, 개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집회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질의에도 한국정부는 위원회가 납득할 만한 충분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파비앙 오마르 살비올리(Fabián Omar Salvioli) 유엔 자유권 위원회 의장은 "집회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 심의에서 한국 정부가 이러한 주제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라며 한국 정부의 부족한 인권 의식에 우려를 표했다.
또한, 나이젤 로들리(Nigel Rodley) 유엔 자유권 위원은 유엔에서 한국에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인권 이슈들을 "사회적 여론 때문에 권고 이행이 어렵다"고 답변한 한국 정부에 "인권은 여론으로 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 정부와 함께 참석한 '유엔 자유권 심의 대응 한국 NGO 모임'은 한국 정부가 "자유권 심의에서 지적받은 내용들에 대해 충분히 답변하지도 못하고 최소한의 자유권 규약 이행의 의지도 보이지 못하면서 과연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유권 위원회의 한국 보고서 심의 최종 결론은 오는 11월 5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