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발치는 성소수자 혐오세력에 굴복한 숭실대
행사 하루 전 취소통보, “학생자치 탄압이다”
숭실대학교가 총여학생회와 성소수자 모임 SSU LGBT에서 주관하는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제 1회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아래 인권영화제)에 대한 대관을 행사를 하루 앞두고 취소해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인권영화제에서는 10일 동성커플인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결혼 이야기를 담은 ‘마이 페어웨딩’을 상영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의 방해와 학교 측의 대관 취소로 야외에서 진행되어야 했다.
![]() ▲10일 숭실대 베어드 홀 앞에서 열린 학생 자치 탄압 및 소수자 차별을 행한 숭실대학교 규탄 기자회견 |
앞서 지난 7일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 기획단(아래 기획단)의 한 구성원인 조은별 총여학생회장에게 문자가 왔다. "인권영화제 취소를 부탁드립니다. 학교측에 항의 전화를 할 것이며 두 번 다시 숭실대에서 이러한 행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것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동성애 혐오 발언이 담긴 동영상 링크가 10여 차례나 왔다.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의 항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행사를 하루 앞둔 9일 숭실대 학생처는 기획단에 “교내 행사 및 장소 사용을 허가 할 수 없다”며 “차후라도 대학 설립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행사는 허가 할 수 없다”고 통보하였다.
이번 ‘마이 페어웨딩’ 상영은 인권영화제의 세 번째 상영작으로, 기획단 측은 앞서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퍼스트 댄싱’ 등 두 편의 인권영화를 상영한 바 있다.
이에 기획단은 “두 차례 진행된 행사와 세 번째 행사의 유일한 차이점은 유명세가 있는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라는 가시적인 목표물에 대한 일부 혐오세력의 항의”라며 “혐오세력으로부터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옹호해야할 임무가 있는 숭실대학교는 이를 방기한 채 묵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들은 10일 오후 5시 숭실대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당국을 규탄하고 나섰다.
![]() ▲SB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SSU LGBT 대표(왼쪽), 정현희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집행위원(오른쪽) |
SB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SSU LGBT 대표는 “소수자에 관한 인권영화제를 준비하며 그 길이 험난할 것은 예상했지만 학교측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두 줄의 공문에서 말하는 기독교 정신과 보편적 인권이 왜 부합하지 않은 것인지 학교측에 묻고 싶다”라고 학교 측의 행태에 분노를 터뜨렸다.
정현희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요즘은 학내 구성원에 대한 다양성을 얼마나 존중하는지가 대학에 대한 중요한 평가 대상이 되고 있다”라며 “기독교 정신이라고 명시된 이 공문으로 인해 숭실대 성소수자 학생들이 위축 될까 우려 된다”라고 꼬집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성소수자관련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학교는 혐오세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라며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자 한다면 민감한 감수성으로 어떤 집단이 차별받고 착취 받는지에 대해 방조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부대표는 “전통적인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도 얼마 전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었으며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사회가 진일보하였다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며 “기독교 정신을 이어 나가는 숭실대에서는 미국에서 이루어진 이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돌이켜 보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임보라 한국기독교장로회 섬돌린향린교회 목사는 “구습에 얽매여 있던 사회에서 벗어난 인재를 양성하고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학교에서 혐오세력의 항의전화에 굴복했다”며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는 이 행사 자체를 무산시키려했다는 것은 학교에 있어서도 큰 오점”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획단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멈춰라. 학생자치 탄압 즉각 중단하라"고 구호를 외치며 총장실에 항의 방문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도착한 총장실은 이미 불이 꺼져있었으며 기획단이 요구한 면담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편, 기존에 벤처관 309호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마이 페어웨딩’ 상영과 감독과의 대화는 베어드 홀 앞에 간이무대를 설치하여 진행됐다.
![]() ▲기자회견을 마치고 총장 면담을 위해 총장실을 향하는 기획단과 참석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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