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로 대표 ‘구속 기소’… 장애인계 엄정한 수사 촉구

장애인계가 장애인 사업장인 정립전자에서 일어난 공금 횡령 사건을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고 검찰에 촉구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는 16일 서울동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구속기소 된 원장과 마케팅본부장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이 발생한 사회복지법인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를 철저히 수사해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소아마비협회 산하 정립전자는 1989년 전국 최초로 설립된 장애인 근로사업장으로 직원 160여 명 중 100여 명이 장애인으로 고용되어 있다. 현재 LED 조명, CCTV, USB 저장장치 등을 생산하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시설이다. 정립전자는 1996년엔 KBS로부터 장애인 우수 고용사업장으로 선정되고 2011년엔 서울시로부터 우수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는 등 명망 있는 장애인 사업장으로 비쳐왔다.

그러나 정립전자를 운영하는 한국소아마비협회는 그동안 비리와 횡령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협회가 운영하는 정립회관은 1990년대 비리와 횡령 의혹에 항의하는 장애인들이 두 차례 점거 농성을 벌였던 바 있고, 2004년에도 정년퇴임을 앞둔 관장의 변칙적인 임기연장 등의 문제로 장애인들이 231여 일 동안 점거농성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일 SBS 뉴스를 통해, 정립전자가 일반업체가 생산한 물건을 자체 생산품이라고 꾸며 공공기관에 납품하여 수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원장과 마케팅본부장이 검찰에 구속 기소된 사실이 보도됐다. 이는 공공기관이 장애인 시설에서 생산한 제품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는 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또한, 당시 보도에 따르면 정립전자는 실제 일하지 않은 노숙인들을 고용한 것처럼 꾸며 보조금을 타낸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지역 장애인단체들은 이번 사건은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며 이에 대해 사회복지법인 이사회가 몰랐을 리 없다며 시설을 관리·감독하는 이사회에 책임을 물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6일 서울동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립전자에서 일어난 공금 횡령 사건을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고 검찰에 촉구했다.

김주현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제가 활동하는 센터의 장애인 이용자 한 분이 정립전자에서 주 3일 일하고 월 10만 원 남짓밖에 받지 못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던 적이 있다”면서 “결국 그분은 지역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시설에 들어갔다. 지역사회 이용시설인 정립전자가 장애인생활시설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정립회관은 잘만 운영되면 명실상부한 장애인복지의 중심지로 발전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지속해서 터져 나오는 비리사건으로 광진구에서 가장 부끄러운 기관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준우 송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또한 “조직에 비리가 있다는 것은 이사회의 문제”라면서 “두 명만 자른다고 근원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사회를 갈아치워야 한다.”라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서울장차연은 정립전자에서 실제 일했던 장애인들의 사례를 접수 중이며 이후 추가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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