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150여 명 대상 진행

HIV/AIDS 감염인은 한국사회에서 온갖 부정적인 낙인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감염인 당사자들이 직접 감염인 낙인지표조사에 나선다.
오는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아래 KNP+),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아래 나누리+) 등은 30일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2015년 HIV/AIDS 10대 이슈와 유엔 에이즈 계획(UNAIDS, 유엔에이즈) 낙인지표조사 착수를 발표했다.
국제사회는 현재 HIV/AIDS의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으며, 이를 위해 HIV/AIDS 감염인의 인권 증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KNP+ 등은 한국 정부와 사회가 올해에도 여전히 HIV/AIDS 감염인에게 차별의 낙인을 찍고 있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4년 HIV/AIDS에 걸린 내국인은 9615명, 신규 신고된 HIV/AIDS 감염인 수는 1191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였다.
그러나 HIV/AIDS 감염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4년 1월 S요양병원 위탁계약을 해지한 후 감염인이 갈 수 있는 요양병원을 한 군데도 마련하지 않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감염인 진료비 지원 예산은 2013년 이후 매년 26억 원 수준으로 정체돼, 올해 병원 등에 대한 정부의 미지급금만 2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심지어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거점병원 지정을 이유로 국립중앙의료원 에이즈 환자 13명이 병상에서 쫓겨났고, 서울보라매병원 등 일부 병원에서 HIV/AIDS 감염인에게 차별적인 방식으로 진료를 제공하거나 진료를 거부하는 등 차별 행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아울러 성소수자 인권에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 세력 등이 HIV/AIDS 감염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행태도 벌어졌다. 지난 10월 8일에는 조우석 한국방송공사 이사가 진보적 시민사회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을 매도하고자 한 활동가의 애인이 에이즈 환자라는 것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고자 KNP+와 나누리+는 유엔에이즈의 지원을 받아 2015년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1년간 낙인지표조사를 시행한다. 조사원 15명이 감염인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10여 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유엔에이즈는 2008년 도미니카 공화국 이후 미국, 영국, 캐나다, 중국 등 50여 개 국가에서 낙인지표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HIV/AIDS 감염인들이 겪는 낙인과 차별을 드러내고, 감염인 인권 증진과 HIV/AIDS 감염 억제 등을 위한 정책 마련에 필요한 객관적인 지표를 개발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이 조사는 조사 전 과정에서 HIV/AIDS 감염인들이 직접 조사원으로 나서는 등 감염인의 참여를 극대화하고, 조사원과 조사 대상자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1300여 명이 조사원으로 참여해 4만 5000여 명이 겪는 인권 실태를 조사했다.
현재까지 KNP+와 나누리+는 9인의 사업단을 구성한 상태로, 내년 1월 조사원 워크숍과 역량강화 훈련을 거쳐 3월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한다. 최종보고서는 9월 발표된다.
낙인지표조사 공동연구원을 맡은 진옥 나누리+ 활동가는 “정부가 감염인 조사에 재정적 지원을 하지 않아 유엔에이즈 사무국과 면담을 진행했고, 유엔에이즈는 긴급예산을 편성해 우리 조사를 지원하기로 했다”라며 “정부는 자문 역할로 참여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원으로 참여하는 소리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 운영지기는 “주변 동료나 감염인은 스스로 낙인과 차별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주변 환경과 차별적 발언을 스스로 당연시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인권증진의 첫걸음은 차별과 낙인을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다. 감염인들의 인권상황을 알리는 이번 조사가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