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노숙인 일자리 삭감! 관리 대책 강화! 서울시 규탄 결의대회' 열려
거리 노숙인의 안정적 노동권 보장 등 촉구

"이번 서울시 거리 노숙인 특별자활근로 감소 대책에 우리는 분노와 함께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이번 서울시 일자리 수 감소대책 때문에, 특별자활근로 참여자 500여 명 중 250여 명은 적은 급여로나마 유지해왔던 고시원, 쪽방에서 쫓겨나 찬바람 부는 거리에 다시 나앉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한울타리회,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등은 이른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거리 노숙인 일자리 삭감! 관리 대책 강화! 서울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자활근로 일자리삭감 즉각 철회 ▲거리 노숙인의 안정적인 노동권 보장 ▲복지를 빌미로 한 단속대책 철회 등을 촉구했다.

▲'거리 노숙인 일자리 삭감! 관리 대책 강화! 서울시 규탄 결의대회'가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홈리스행동 외 6개 단체는 "서울시는 추석을 앞두고 거리 노숙인에 대한 일자리를 절반 이하로 삭감시켜, 거리 노숙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라면서 "이는 전시성 사업과 같은 방만한 시정운영에 따른 결과임에도 힘없는 거리 노숙인들에게 이에 대한 피해를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서울시는 지난 16일 '거리 노숙인 특별지원반'을 편성해 중독성 질환 노숙인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에 필요한 치료재활기능은 확충하지 않은 채 특별지원반에 경찰을 배치하는 등 이해되지 않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라면서 "이는 노숙인 관리 대책의 일환에 불과하다"라고 토로했다.

전국빈민연합 심호섭 의장은 "서울시는 시민이 내는 혈세를 가지고 20조를 넘는 예산으로 시를 운영하고 있다"라면서 "멀쩡한 인도에 보도블록을 파헤치거나 G20 정상회의에 방호벽을 설치한다고 수십억 수백억 원을 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인 생명이 필요한 생존권에 우선정책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장은 "중앙정부가 부르짖고 있는 공정사회가 뭐냐하면 그것은 가장 기초적인 것" 이라면서 "이명박 정부가 마지막 남은 임기 동안 공정하게 하겠다고 한다면 먼저 빈민과 노숙자 등을 위한 정책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자활근로 참여경험자인 ㅎ씨는 "지난 9월에 39만 원 받는 특별자활근로에서 잘리는 바람에 지금은 공공근로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면서 "한 달 방세가 21만 원 정도 하는데 일을 하지 못해 내기가 빠듯하다"라고 토로했다. ㅎ씨는 "서울시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디자인 사업에 예산을 쓰기보다 일자리 사업에 예산을 썼으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별자활근로 참여경험자 ㅎ씨,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전국빈민연합 심호섭 의장.

연대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오세훈 시장은 거리에 디자인할 돈 있으면 우리의 삶도 디자인 해야되는 것 아니냐"라면서 "우리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박 공동상임대표는 "그저 한 푼 달라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를 차별하는 정책을 만드는 서울시에 대해 분명하게 당신들 우리 차별하지 말라고 싸워야 하는 문제"라면서 "가장 약한 사람이 달라지면 세상이 달라지고 모든 사람의 삶이 달라진다"라고 밝혔다. 

이어진 노래공연에서 노동가수 박준 씨가 '오뚝이처럼' 등 세 곡을 부르며 이날 결의대회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참가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명하 간사는 "한해에 노숙자 300여 명이 죽어가고 있고, 10년 동안 1,800여 명이 서울시에서 죽어갔다"라면서 "노숙과 빈곤을 외면하는 이 사회야말로 구제불능"이라고 말했다. 이 간사는 "부자들의 영토 확장을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고, 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밥줄을 끊는 게 G20의 현상"이라며 "지금 정치권의 최대 화두가 복지라고 하는데,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자들이 아닌 바로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이 어깨 걸고 나아갈 때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삶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투쟁결의문에서 "한강 르네상스니 디자인 서울이니 하는 폼 나는 사업, 서울시의 치적을 선전하기 좋은 사업에 어떻게든 예산을 조달하는 서울시는 정작 사람을 살리는 데 필요한 돈은 10원도 아까워한다"라면서 "20일 동안 벌이는 '서울 디자인 한마당'에 쓸 77억 원 앞에서는 의연하고, 고작 한 달 급여 39만 원에 불과한 거리 노숙인의 일자리는 절반으로 동강 내버린 서울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면서 거리 노숙인의 일자리대책을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이날 결의대회 이후 참여자들은 서울시와 면담에서 가졌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집행위원장은 "자활지원과장과 팀장들과 면담을 했는데 말로는 예산 확보를 하려고 한다고 했지만, 의지가 있어보지 않아 면담의 성과는 없었다"라면서 "내년 예산도 올해와 같아 내년에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멈추지 않고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가수 박준.

▲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거리노숙인의 안정적인 노동권을 보장하라!', '거리노숙인에게 무책임한 서울시!'라고 적힌 알림판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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