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장애영유아 교육권 보장 실태조사 결과 발표
영유아 때부터 시작되는 ‘장애차별’… 국가적 지원 ‘시급’

장애영유아의 5명 중 1명이 인권침해나 장애차별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한 기관과 가정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18일 인권위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장애영유아 교육권 보장 실태조사에 대한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에 장애영유아 교육지원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교육권 증진을 위한 정책 개선을 위해 진행됐다.
 

연구진은 실태조사를 위해 유치원(특수학급 설치 유치원 포함), 특수학교, 일반 어린이집(장애아통합어린이집 포함), 장애아전문어린이집 등 유아교육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특수교사와 일반교사, 학교관리자, 유아교육기관을 이용하는 장애영유아 자녀 부모 등 12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중 부모는 331명, 교사는 606명, 관리자는 278명이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18일 인권위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장애영유아 교육권 보장 실태조사에 대한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18일 인권위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장애영유아 교육권 보장 실태조사에 대한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응답자 5명 중 1명, ‘인권침해나 장애차별 경험했다’ 응답 
연구진은 전체 응답자 5명 중 1명꼴인 23.5%가 장애아동이 인권침해나 장애차별을 한 가지라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인권침해는 19%, 장애차별은 9.4%로 인권침해 비율이 더 높았다.

인권침해엔 폭력, 성폭력, 언어폭력, 괴롭힘, 사생활침해, 교육적 방임 등이 포함되며, 장애차별엔 장애로 인한 교육기회차별과 정당한 편의제공 요청 거부가 포함됐다. 교육기회차별엔 입학거부, 전학 또는 분리교육 강요, 학업 시수 위반, 교내·외 활동배제 등이 있으며, 정당한 편의제공 요청 거부엔 편의시설 설치, 통학지원, 보조인력 및 보조기기 지원, 교수학습자료 등의 요구에 대한 거부가 설문항목에 포함됐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인권침해 중에서도 폭력(10.2%), 언어폭력(6.9%), 괴롭힘(6.7%), 사생활침해(5%), 교육적 방임(2.6%), 성폭력(0.7%) 순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장애차별에선 편의제공 요청 거부가 6.3%로 교육기회차별 5.3%보다 높았다.
 

인권침해와 장애차별의 가해자는 내용에 따라 달리 발생했다. 폭력, 언어폭력, 괴롭힘은 또래 영유아에 의해 주로 나타났으며, 사생활 침해와 교육적 방임은 대체로 부모와 교사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교육기회 차별은 교사가, 정당한 편의제공 요구 거부는 관리자에 의해 주로 일어났다.
 

발생시간의 경우, 언어폭력과 괴롭힘은 주로 정규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나타났으며 성폭력은 쉬는 시간, 낮잠 시간, 방과후 시간 등에 주로 발생했다. 사생활침해는 정규수업 시간, 쉬는 시간, 간식 또는 점심시간, 방과후 등에서 전반적으로 일어났다.
 

폭력, 언어폭력, 괴롭힘, 교육적 방임, 교육기회 차별과 정당한 편의제공 요구 거부가 일어나는 장소는 주로 교실이었으며, 성폭력, 사생활침해는 교실 이외에도 화장실, 기관 밖 활동 장소에서도 일어났다.
 

이에 대해 이번 실태조사를 진행한 김기룡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총장은 장애영유아의 인권 증진과 교육권 보장이라는 두 측면에서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김 사무총장은 장애 영유아의 인권증진을 위해선 기관, 가정, 지역사회 세 주체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관에선 장애영유아의 인권보호와 증진 계획을 수립해 기구를 설치하고 운영할 것을 요구했으며, 가정엔 가정과 연계된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부모가 장애 자녀의 인권 옹호를 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지역사회엔 국가 차원의 인권증진 지침이 마련되고 장애영유아 인권 실태 모니터링 지표 개발 및 모니터링 활동 등이 실시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장애영유아 교육권 보장을 위해선 조기발견 체계 구축, 특수학급이 설치된 유치원 확충 등 장애영유아의 교육기회 확대, 유아특수교사 법정 정원 확보 및 관련 인력 처우 개선,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육 격차 해소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애아동에 대한 양육, 오로지 부모 능력에 달려있어

결과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시간엔 유아교육기관에서 일어나는 어려움과 장애부모로서 겪는 어려움에 관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백운찬 울산 인애어린이집 원장은 주기적으로 석션이 필요한 아동, 기도삽관이나 인공호흡기를 장착한 아동 등 최중도 중복장애가 있는 영유아의 경우 교육적 지원과 함께 의료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 이 둘을 함께 지원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 원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따르면 교육기관이나 어린이집은 장애아동의 입소를 거부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의사,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기관에서 교사가 의료적 처치를 한다면 그것은 의료법 위반 행위이고, 입소를 거부하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배”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전했다.
 

설문조사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백 원장은 “장애 등록이 되어있지 않아 일반어린이집에서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장애영유아에 대한 교육권 실태 조사도 진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미영 함께가는 마포장애인부모회 홍보팀장은 장애아동 부모로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재활 난민’이라는 말이 있다. 재활 받기 위해 1~2시간씩 가서 30분 치료받는데 30분 치료에 5~7만 원이 든다. 이걸 꾸준히 받아야 한다.”면서 “현재는 장애아동에 대한 메뉴얼이 없어 부모 능력에 따라 아이의 치료와 생활이 결정된다”고 밝혔다. 장애아동에 대한 양육이 오로지 가정에만 부담되어 이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기관에서도 교사들 간 협력이 안 되고 교사들도 (인력 부족으로) 휴가도 못 쓰니 지쳐서 아이들에게 신경을 잘 쓰지 못한다. 부모 또한 (과중한 치료비를 위해) 돈 벌기도 힘든데 아이 교육까지 신경 쓰기 쉽지 않다”면서 “장애인도 사회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정부 지원과 기관 협력이 정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실태조사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요성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서 단기, 중기, 장기 정책 로드맵을 마련하고 예산이 필요한 경우 재정규모나 조달방안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이 실현 가능성이 높으므로 현 제도 안에서 이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한우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연구관은 “올해부터 특수교육 5개년 계획 5차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부분을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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