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수화통역센터 성희롱 사건 대책위, 지부장 요건 강화 움직임에 반발
8일, 충남농아인협회 당진시지부 회원들은 농아인협회 이사회가 열리는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 피켓에는 "당진수화통역센터 성희롱사건 피해자를 원상회복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라", "회원들이 원하는 사람이 지부장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자격증이 아닌 자격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2월 17일, 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은 충남 당진수화통역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센터장에게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 A씨의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실업 급여로 생계를 이어가던 A씨는 복직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농아인협회는 A씨를 복직시킬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지원하고 있는 노무사는 "부당해고임이 인정되었음에도 피해자가 징계를 받는 부조리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정작 가해자인 B씨는 정직 1개월만 받았고, 정직 기간 이후에는 당진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다른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당진수화통역센터 성희롱 사건 지역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원회)는 이러한 부조리한 상황의 배경에는 농아인 협회의 폐쇄적인 운영이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의 비민주적인 운영 방식 때문에 징계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국가에서도 인정한 피해자가 2중, 3중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원회는 특히 8일 이룸센터에서 진행된 이사회 안건에 문제를 제기했다. B씨는 수화통역센터장과 당진시지부장을 겸임하고 있었는데, 이날 이사회 안건은 지부장 출마 자격 요건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대책위원회는 "회원들은 누가 우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그 선택은 존중되어야 한다"면서 "현행 정관에서도 지부장 요건이 까다로워 당진수화통역센터 성희롱 사건 가해자인 B씨 역시 다른 입후보자들의 자격이 상실된 가운데 단독 출마로 당선되었다"고 지적했다. 요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회원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책위원회는 "이렇게 선출된 지부장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성희롱 피해자에게 터무니 없는 징계를 남발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당연히 서면으로 알려야 할 내용도 알리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비합리적인 운영이 충남협회에서 관행처럼 발생했음을 알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간 부당하게 징계를 받았던 사례를 모아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인기 민주노총 당진시위원장은 "고용노동청이 피해자 A씨에 대한 성희롱과 부당해고를 모두 인정한 명백한 사안이라 일이 합리적으로 빨리 풀릴 줄 알았는데, 아직도 사건은 진행 중"이라면서 "피해자의 원상회복을 위해서는 더 근본적인 문제, 즉 피선거권이 확대되어 '협회 입맛에 맞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회원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 대표직에 오르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원회의 항의를 접한 협회측은 추후 관계자들과 면담을 통해 이 문제에 관해 논의할 것을 약속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