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2015년 성폭력 상담 통계 분석
지적장애인이 78%...“장애 특성 고려한 상담 및 지원 필요”

장애인 성폭력 상담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장애 특성을 반영한 상담 및 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장애인상담소권역(아래 전성협 장애권역)은 2015년 장애인 성폭력 상담 통계 분석 결과를 8일 공개했다. 2015년 장애인 성폭력 상담소에서 시행한 장애인 상담(지원) 건수는 2만 2854건이었다. 이중 기타상담을 제외한 성폭력 상담은 1만 7921건으로 78%를 차지했다. 
 
상담 건수를 장애 유형별로 분류해보니, 신체적 장애인보다 정신적 장애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성폭력상담소를 찾은 신체적 장애인은 총 185명으로 11.4%에 불과했으나, 정신적 장애인의 경우 1382명으로 85%의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정신적 장애인 중에서도 지적장애인이 전체 성폭력 피해 장애인 중 78%에 해당하는 1264명으로,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이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냈다.
성폭력 피해 장애인 유형별 통계. 지적장애인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성협
성폭력 피해 장애인 유형별 통계. 지적장애인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성협
 
전성협 장애권역은 지적장애인의 성폭력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이 사회가 지적장애인을 '영원한 아이'로 인식하고 있어 보호와 통제의 삶을 살게 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사회적 관계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지적장애인은 사회구성원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에서도 타인에게 쉽게 자기 몸에 대한 통제권을 넘기거나 뺏기는 상황이 반복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나 평소에 알고 있는 관계인 경우가 57.3%에 달한다는 통계로 뒷받침된다.
 
여름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지적장애 특성상 본인이 신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보통 가족이나 특수교사 등이 이야기를 듣고 신고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성폭력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신고 이후 성폭력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이다. 여름 활동가는 "지적장애인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당한 일이 '범죄'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도 못한 채 성폭력 대응 과정에 서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내가 뭘 잘못했나 보다'라는 생각에 위축된다"라며 "피해 당사자가 스스로의 '피해자성'을 인지하고 현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피해자가 법적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향후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는 불의의 경우에라도 위축감에 사실을 숨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성협 장애권역은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및 지원자들이 장애를 이해하고 인권적인 해결을 할 수 있도록 기관들 간 네트워크와 상호 교육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정책 제안과 홍보활동도 적극적으로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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