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성소수자 단체, 37사단·국방부 인권위 진정

37사단에서 인권침해를 겪었던 성소수자와 친구사이 등 성소수자 단체가 25일 37사단, 국방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친구사이
37사단에서 인권침해를 겪었던 성소수자와 친구사이 등 성소수자 단체가 25일 37사단, 국방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친구사이

육군 37사단에서 성정체성을 이유로 5개월간 격리되는 등 인권침해를 겪었던 동성애자 병사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아래 친구사이) 등 성소수자 단체에 따르면, 헌병대와 군 검찰은 2014년 말 37사단에서 근무하던 ㄱ 씨가 군형법 92조의6 추행죄 혐의가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ㄱ 씨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임병 ㄴ 씨와 성적 접촉을 했다는 사실이 부대 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3월 ㄱ 씨와 가족들은 ㄴ 씨에게 합의금을 지급했고, 군 검찰은 기소를 유예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기소 근거가 된 92조의 6은 동성간 합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국제기구와 국내 인권단체들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벌을 주는 악법이라고 지목해왔다.
 

3개월 간 진행된 조사 과정에서도 ㄱ 씨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인권침해를 겪었다. ㄱ 씨는 합의 후에 성적으로 접촉했다고 항변했고, ㄴ 씨는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군 검찰은 ㄴ 씨의 증언만을 토대로 ㄱ 씨를 가해자라고 간주했다.
 

군 검찰은 ㄱ 씨에게 “남자랑 섹스를 해 보았는가”, “게이 클럽에는 가 보았는가” 등을 묻는 등, 사건 원인을 ㄱ 씨의 성정체성과 연관 짓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ㄱ 씨의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37사단 측은 수사가 개시된 시점부터 전역할 때까지 5개월간 그를 정신병원에 격리했다. 외출이나 외박, 휴가를 제한하고, 전화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전역 직전에는 이미 기소 유예된 사건을 두고 ‘성군기 위반’이라며 12일간 영창에 가뒀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동성애자를 격리하는 행위는 ‘부대관리훈령’ 등에서 금지하는 사항이다.
 

게다가 사건 이후 ㄱ 씨의 성정체성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드러나면서 지휘관이나 동료 등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ㄱ 씨는 당시 이러한 사건을 겪으면서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이에 ㄱ 씨는 친구사이 등 성소수자 단체와 함께 25일 37사단과 국방부를 인권위에 진정했다. 이들은 인권위에 ㄱ 씨 사례를 비롯해 군대 내 만연한 동성애자 차별 실태를 조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진정을 대리한 한가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진정인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진술하고 주변 정황도 강제적일 수 없는데도 진정인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가해자로 지목됐다. 만약 강제적이더라도 강제추행죄를 적용해야 할 문제”라며 군 검찰이 군형법 92조의6을 무리하게 적용한 점을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군대 내) 동성애자는 잠재적 성범죄자로 여겨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군형법 92조의6 추행죄가 있는 이상 동성애자 병사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한 변호사는 ㄱ 씨의 정신병원 격리를 두고 “위장 입실이자 강제 구금으로, 영장도 없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다. 이는 신체의 자유, 통신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성정체성 공개에 관해서는 “헌법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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