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관장 “장애 어린이가 유물을 보나요” 장애인 공분 사
장애인단체, 관장 해임·재발방지 대책 등 촉구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등 장애인, 부모단체들이 23일 뇌병변 장애아동의 입장을 거부한 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등 장애인, 부모단체들이 23일 뇌병변 장애아동의 입장을 거부한 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특수 유모차를 탄 뇌병변 장애아동의 입장을 거부한 데 대해 분노한 장애인, 부모들이 황평우 관장의 해임을 촉구했다.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아래 예방센터)에 따르면 뇌병변장애 1급인 문아무개 군과 어머니 최아무개 씨는 지난 12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있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 입장하려 했다. 박물관 측은 문 군이 이용하는 유모차의 크기가 커서 내부 혼잡과 시설물 파괴, 오염 등을 유발한다며, 박물관에 있는 유모차로 옮겨탈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몸을 지탱해주는 특수 유모차만 이용할 수 있었던 문 군은 다른 유모차를 이용할 수 없었다.
 

게다가 황평우 관장은 17일 JTBC의 ‘“유물을 보나요?”…‘장애 유모차’ 못 들어간다는 박물관‘이라는 기사에서 “장애 어린이가 유물을 보나요”라고 말한 것이 드러나 장애인, 부모들의 공분을 샀다.
 

황 관장은 사건 직후인 13일 개인 SNS에 자신의 행동이 정당함을 밝히는 글을 올렸다. 그러다 JTBC 보도로 사건이 불거지자 해당 글을 지우고 사과문을 올렸으며, 20일에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21일에는 미디어오늘을 통해 JTBC 보도가 비보도를 전제로 한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예방센터, 은평인권네트워크,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아래 뇌병변부모회) 등은 23일 은평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박물관과 황 관장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장애인 문화 향유권을 침해했다며, 황 관장을 임명한 은평구청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김태현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정책실장은 “어렸을 때 영화를 보러 갔다가 장애를 이유로 못 봤던 적이 있는데, 21세기가 된 지금도 장애인들의 문화 향유권은 침해받고 있다”라며 “박물관이 뇌병변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장애인들을 입구에서 막아서고 준비된 유모차에 옮겨 타라는 것은 당사자로서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정욱 뇌병변부모회 공동대표는 “황 관장이 SNS에 자신의 과오와 책임이라고 이야기하기에 조금이라도 반성하고 있나 생각했지만, 21일 미디어오늘에 해명한 것을 보면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는 것 같다”라며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받아 장애인과 장애인을 둔 부모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종기 장애인이살기좋은은평을만드는사람들 대표는 “장애에 대해 편협한 인식을 가진 공공기관장이 있는 한 은평구는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지역사회가 아니”라며 “장애 인식이 없는 인사를 해임하는 대신 장애인 인권을 신경 쓰는 사람들을 공공기관장에 임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방센터 등은 은평구에 황 관장의 사직을 수리하지 말고 해임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장애인 차별 행위를 바로잡을 것, 인권침해 재발방지 및 직원 인권 감수성 향상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한 참가자가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장애인 인권침해 OUT"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한 참가자가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장애인 인권침해 OUT"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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