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협회·서울시 “공개 채용 절차 지켜, 문제 없어”
서울장차연, 원장 임명 철회와 소아마비협회 이사진 교체 촉구

지난해 정립전자 원장과 직원들이 수백억 원을 횡령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나, 정립전자를 관리하는 한국소아마비협회는 사건을 책임져야 할 이를 원장으로 채용했다. 사회복지법인을 관리·감독하는 서울시 또한 이러한 상황을 내버려둬 지역 장애인들의 반발을 샀다.
이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는 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립전자 비리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서울시를 규탄했다.
검찰의 지난해 12월 초 수사 발표 결과를 보면, 서울 광진구 소재 한국소아마비협회 부설 정립전자는 일반업체가 생산한 물건을 자체 생산품이라고 꾸미고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등의 수법으로 약 348억 원을 횡령했다. 또한 원장과 본부장 2명은 실제로 일하지 않는 사람을 일하는 것처럼 꾸며 약 19억 원의 국가 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았다. 이러한 혐의로 원장과 본부장은 구속, 이 사건에 연루된 정립전자 직원 12명이 불구속기소 된 바 있다.
서울장차연 등 장애인단체는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시에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진 전원 해임 등 엄중한 처분을 촉구해왔다. 당시 서울장차연 등은 지난 25년간 한국소아마비협회의 비민주적 운영이 이번 비리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대 한국소아마비협회 법인과 정립회관 등 부속 시설의 비리와 횡령으로 장애인들이 두 차례 정립회관에서 점거 농성을 벌인 바 있고, 2005년에는 정립회관 원장의 변칙적인 임기 연장에 항의하던 장애인들이 231일간 정립회관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장차연에 따르면 이후 서울시와 광진구는 시 보조금 중단, 보조금 환수, 정립전자 원장 공개 채용 등의 행정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는 지난 4월 정립전자 원장으로 박춘우 한국소아마비협회 상임이사를 채용했다. 이에 대해 한국소아마비협회와 서울시는 박 상임이사가 공개 채용에 단독으로 지원해 채용했을 뿐, 절차를 지켰으므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장차연 등은 사실상 비리에 책임이 있는 이사진을 다시 원장으로 임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올해 3월 중순 서울시는 한국소아마비협회와 정립회관, 정립보호작업장 등 산하 시설에 대한 특별 감사를 진행하기도 했으나, 시급한 현안이 있다는 이유로 약 한 달간 특별감사를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장차연은 “비민주적 운영과 초유의 비리, 횡령사태에 대해 최일선에서 관리·감독하고 바로잡아야 할 행정당국이 이러한 본연의 책임을 방기한 채 책임회피와 시간 끌기에만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며 “서울시의 안일한 대처는 결국 한 시설에서 지난 25년간 네 차례 비민주적 운영과 비리, 횡령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악순환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장차연은 비리에 책임이 있는 박춘우 상임이사의 정립전자 원장 임명 철회, 기존 이사진을 공익 이사로 교체할 것 등을 촉구하며, 박원순 서울시장 면담 요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시 측은 7월 중 면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