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 행태·조치입원·안락사·시설 보안 강화 문제 등 논란

"피해자 실명 공개 않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또 다른 차별"
일본 경찰은 26일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의 이름을 “A 씨, 여, 19세”, “S 씨, 남, 43세” 등 익명으로 공표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현장이) 장애인 시설이라는 점과 더불어, 유족들도 익명 처리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일본 현지 언론 ‘라이브도어(Livedoor)'에 따르면, 가나가와 현 10개 일본 장애인단체들이 지난달 29일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일반적으로는 공표되는 피해자 성명이 이 사건에서는 공표되지 않는다는 점에 큰 의문을 갖게 된다”며 이번 사안을 예외적으로 대하는 것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나가세 오사무 리츠메이칸 대학 생존학 연구센터 특별 초빙 교수(장애학)는 '라이브도어‘와의 인터뷰에서 “이름을 공표하지 않고 19명의 인간을 기호화해 버리는 것은 ‘장애인은 인간이 아니’라고 하는 용의자의 생각과 유사하지 않은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피해자 개개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사회가 슬픔과 분노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위적 차원의 논의뿐 아니라, 실질적 차원의 문제제기도 있다. '라이브도어'는 사건 현장을 방문한 야마다 요코 씨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어릴 때 함께 시설에서 살았던 사람이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름이 나와 있지 않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시설 거주 기간이 길어져 가족과의 연락이 단절된 경우, 피해를 입었어도 가족에게 알려지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7월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폭탄 테러로 일본인 7명이 사망했을 당시, 정부는 희생자 실명 공개를 주저했으나 언론의 독자 취재로 희생자의 이름과 함께, 의미있는 활동을 했던 모습이 공개됐다. 하토리 타카아키 릿쿄대 미디어법 명예교수는 '라이브도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명 공개는 희생자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라며 "언론에서 실명을 보도할지 여부는 경찰이 아니라 언론이 책임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당국에 의한 자의적 정보 선별은 정보의 은폐로 이어질 수 있다. '유족 감정'등을 이유로 섣불리 익명으로 보도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한편, '산케이 신문'은 지난달 29일 부상을 입은 피해자 가족을 취재한 후, 이들을 실명으로 보도했다.
당위적 차원의 논의뿐 아니라, 실질적 차원의 문제제기도 있다. '라이브도어'는 사건 현장을 방문한 야마다 요코 씨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어릴 때 함께 시설에서 살았던 사람이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름이 나와 있지 않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시설 거주 기간이 길어져 가족과의 연락이 단절된 경우, 피해를 입었어도 가족에게 알려지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7월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폭탄 테러로 일본인 7명이 사망했을 당시, 정부는 희생자 실명 공개를 주저했으나 언론의 독자 취재로 희생자의 이름과 함께, 의미있는 활동을 했던 모습이 공개됐다. 하토리 타카아키 릿쿄대 미디어법 명예교수는 '라이브도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명 공개는 희생자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라며 "언론에서 실명을 보도할지 여부는 경찰이 아니라 언론이 책임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당국에 의한 자의적 정보 선별은 정보의 은폐로 이어질 수 있다. '유족 감정'등을 이유로 섣불리 익명으로 보도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한편, '산케이 신문'은 지난달 29일 부상을 입은 피해자 가족을 취재한 후, 이들을 실명으로 보도했다.
'조치입원' 강화 주장 제기...안전과 인권은 반대 개념일 수밖에 없나
이번 사건의 용의자 우에마쓰 사토시는 올해 2월, 조치입원 된 적이 있다. 조치입원이란 한국의 ‘행정입원’과 유사한 제도로, 2명 이상의 정신 보건 지정 의사가 환자가 ‘자해·기타 피해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행정기관에서 강제로 입원시키는 제도이다. 입원 기간 규정은 없으나, 지정 의사가 “입원 필요가 없다”고 진단하면 지사가 퇴원을 결정하게 된다. 퇴원 신청은 지정 의사 1명의 진단만 있으면 된다.
우에마쓰 사토시는 올해 2월 18일, 동료 직원에게 “장애인은 살아 있어도 어쩔 수 없다. 안락사시키는 것이 좋다” 등의 이야기를 했고, 시설은 그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그가 ‘타해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 사가미하라시 당국에 연락을 해 조치입원 절차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입원한 지 13일째 날인 3월 2일, 그는 퇴원했다.
일본 언론 일부는 “13일 만에 이렇게 위험한 인물을 퇴원시키고, 퇴원 이후 어떠한 감시 조치도 취하지 않아서 사건이 발생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사가미하라시가 조치입원 후 우에마쓰 사토시의 동향을 파악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시 당국은 이를 ‘개인정보 및 인권 보호의 관점에서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타해의 우려가 있다’며 조치 입원된 우에마쓰가 퇴원 후 엄청난 살인 사건을 일으킨 만큼, ‘인권 보호’를 이유로 추적 조사를 하지 않는 시의 대응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 총리 역시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28일 사건 발생 직후 각료회의를 열고 “조치 입원 후 후속 등 필요한 대책을 조속히 검토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생노동성은 ‘조치입원 본래 목적’에 따라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즉, 타인을 위해 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의 신체를 국가가 강제로 구금하도록 하는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가에 의한 강제 신체 구금 제도는 강력하게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한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립 정신 · 신경 의료 연구 센터의 마쓰모토 토시히코 약물 의존 연구부장은 ‘라이브도어’와의 인터뷰에서 “극단적으로 대상을 확대하면 인권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 게이오대 법학부 교수인 가토 히사오 변호사는 "조치입원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구성원들과 함께 정신장애인의 생활을 지원하고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증장애인은 죽어야 한다’는 생각….“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 문제” 지적

지난 7월 22일, 영국에서 생후 3개월인 중증장애아의 ‘안락사’를 인정한 판결이 내려졌다. 이 아기는 생후 18분부터 현재까지 집중치료실에서 연명치료(life-sustaining treatment)에 의존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은 연명치료 중단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최중증 척수성근위축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기의 최대 이익이 ‘완화치료(완치가 목적이 아니라 통증 감소만을 목표로 하는 치료)’라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우에마쓰 역시 “휠체어에만 평생 묶여 사는 장애인은 안락사하는 것이 낫다”는 발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증장애인의 생명을 비장애인의 생명보다 ‘가치 없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비판이 재점화되고 있다. 특히, 우에마쓰가 조치입원됐을 당시 “히틀러 사상이 (나에게) 내려왔다”라고 밝힌 것이 보도되면서, 우생학적 사상에 기반을 둔 혐오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죠슈신문은 “이번 사건을 단순히 ‘대마초에 빠진 정신질환자가 일으킨 사건’으로 보고 끝낼 수 없다. 끝없이 약자를 배척하고, 개인의 책임과 노력만을 강요하는 사회구조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즉, 장애인이나 노인 또는 빈민을 짐짝으로 치부해버리는 지배적 사상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죠슈신문은 일본 보수 우익 정치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 의원이 “저런 사람(장애인)에게도 인격이 있는 건가”, “저런 문제(장애인의 삶)는, 안락사 등으로 이어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등의 발언을 해왔던 것을 근거로 들었다.
죠슈신문은 “(용의자가 중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민당 정치인과 아베 신조를 존경하는 감정이 드러난다”라며 “자신의 범행 예고를 ‘아베 신조님께 전해달라’고 한 부분부터 범행 후 ‘beautiful Japan! (아름다운 일본!)’ 등의 글을 남긴 것까지, ‘나라를 위해’ 장애인을 집단 살인하는 것이므로 정의로운 것이라는 자기 긍정이 일관되게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재발방지’ 위해 “시설 보안 강화해야” vs “시설 폐쇄성만 높아질 것”
이번 사건 이후, 일각에서는 장애인 거주 시설의 허술한 보안을 지적하는 여론이 일었다. 코미야 노부오 릿쇼대 범죄학 교수는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조치입원 제도가 변경되고, 약물치료 효과가 개선된다고 해도, 외부로부터의 습격이 언제나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라며 “출입구 제한과 더불어 출입구부터 입소자 취침 공간까지 통과해야 하는 문을 더욱 많이 만드는 등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생노동성 역시 시설 등의 방범 대책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후생노동성은 방범 카메라 설치 확대 및 수상한 사람의 침입을 방지하는 것 외에도 경찰이나 경비 회사, 관계 기관 등과 긴급 연락망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사토 쇼이치 고쿠가쿠인대 법학 교수는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경비 강화로 시설 폐쇄성만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시설 거주인이 폐쇄적 환경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살지 못하고 있으면, 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직원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전에 일본에서 발생했던 시설 직원에 의한 거주인 인권침해 및 폭행 사건들과 이번 사건이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사토 교수는 “(안전 확보라는 이유로) 시설 폐쇄성이 높아지면 장애인은 점점 더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