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피해자 8명 중 1명 피해만 인정돼
“국가 책임 없다는 1심 판결은 국가에 면죄부 주는 것” 비판

‘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배상소송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원고 8명 중 1명의 피해만 인정한 것에 대해 불복하며 17일 항소심을 제기했다.
지난 9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는 원고 8명 중 1명에게만 경찰의 위법행위를 인정하여 국가가 위자료 3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염전노예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염전공대위)는 17일 오전 11시 서울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과정에서 원고들은 국가가 가지고 있는 자료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려워 이를 입증하기가 매우 힘들었는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원고 측이 요구하는 자료제출을 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책임인정을 회피하려 했다”면서 “결국 나머지 7명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주장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전부 기각했다”고 밝혔다.
염전공대위는 “국가가 장애인 학대를 방조하여 심각한 인권유린을 초래한 점에 대해 아무런 국가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것은 법원이 여전히 장애에 대한 낮은 인권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국가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면죄부를 주는 판결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가는 도대체 왜,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 사건을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피해자들은 수십 년간 겪었던 고통들에 대해 어디를 향해 억울함을 호소해야 하며, 누구에게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되물으며 “장애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사법부의 낮은 인권의식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재판부 판결에 국가는 과연 눈곱만큼의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고 있는지 진정 묻고 싶다”고 분노했다.
이들은 사법부에 각성과 함께 장애인 인권을 보장하는 판결을 촉구하며, 국가에도 책임을 온전히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염전노예 사건은 지난 2014년 2월 신의도 한 염전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노동과 폭행에 시달리던 남성이 어머니에게 살려달라는 편지를 보낸 일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조사를 통해 많은 피해자들이 갈 곳 없어 떠돌아다니던 중 직업소개소의 알선으로 염전에 오게 됐다고 증언했다. 고립된 섬에서 피해자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수십 년간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고된 노동에 시달렸으며 염전주 등에게 삽, 각목 등으로 심각한 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선착장에 가더라도 선착장은 이들에게 표를 팔긴커녕 염전주에게 돌려보냈고, 관할 파출소도 ‘도와달라’는 피해자들의 호소를 무시한 채 피해자를 다시 염전으로 돌려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