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가배상법에 따라 지적장애로 노동능력 40% 상실했다’고 판결
피해자 측 “장애 차별적 시각 드러나, 항소로 잘못된 판결 바로 잡을 것”

과거 '염전 노예' 사건 관련 KBS 보도 중 한 장면
과거 '염전 노예' 사건 관련 KBS 보도 중 한 장면

11년간 염전에서 노예처럼 일한 지적장애인이 염전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법원이 지난 18일 ‘지적장애로 노동 능력이 상실됐다’며 임금의 40%를 삭감한 판결을 내렸다.
 

피해 지적장애인 A씨는 전남 완도군 고금리 염전에서 2003년 3월 1일부터 2014년 3월 4일까지 11년간 B씨 소유의 염전에서 일했다. 염전주는 A씨에게 숙식 제공은 했으나 일하는 동안 임금은 단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법원은 부당이득 산정 기준을 최저임금이 아닌 농촌일용노임을 적용해야 한다는 피해 장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부당 이득금액을 농촌일용노임 기준으로 산정했다. 피해 장애인의 소송대리인 측에 따르면, 농촌일용노임으로 계산할 경우 최저임금의 약 2배에 이른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지적장애인으로 일상에서의 간단한 작업, 사회생활, 의사소통 등의 전반적인 대처능력이 매우 미숙한 점을 감안할 때, 국가배상법이 정한 장해판정 기준(국가배상법 제3조 제6항 및 동법 시행령 제2조 및 별표 2)에 따라 A씨는 염전에서 노무를 제공할 당시 이미 노동능력의 40%를 상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B씨가 지급할 부당이득을 60%로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이로 인해 법원은 실제 부당이득액보다 40% 삭감한 액수인 1억 4587만 원과 위자료 1500만 원으로 총 1억 6087만 원을 염전주가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이에 대해 피해 장애인의 소송대리인 최정규 변호사는 “재판부가 피해 장애인의 구체적인 직업 능력에 대해 검토하지 않은 채, 단순히 지적장애를 이유만으로 노동능력의 40%를 상실했다고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며 항소 계획을 밝혔다. 
 

최 변호사는 “피해 장애인이 종사한 농·어업 분야는 고도의 지적 활동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며, A씨는 염주의 노동착취에서 벗어난 뒤 2년여 동안 일반기업체 생산직 직원으로 일하며 노무 제공의 대가로 평균 근로자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다”면서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장애인 차별적 시각을 드러내는 것이라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향후 항소심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전문적인 직업능력평가기관을 통해 농업 분야에서 A씨의 직업 능력이 평균 이상이었음을 추가 입증하여 제1심 재판부의 잘못된 판단이 바로잡아지도록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염전주 B씨는 앞서 진행된 형사 재판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준사기죄, 장애인복지지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폭행죄를 인정해 1심에서 B씨에게 징역 2년을, 2심에선 1년 2월을 선고했다. B씨는 A씨에게 형사 합의금으로 5000만 원을 지급했다. 이 판결은 지난 3일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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