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는 음성언어와 다른 독립된 언어
농인에게 맞는 실질적인 법 개정과 정책 마련 촉구

26일 청와대 앞에서 수어 독립성 보장과 그에 걸맞은 법 개정과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26일 청와대 앞에서 수어 독립성 보장과 그에 걸맞은 법 개정과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농인들이 한국수화언어(아래 수어)의 독립성 보장을 촉구하는 요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아래 장애벽허물기)’ 등 10여 개 단체는 26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수어 독립 선언’을 외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들 단체는 △수어의 독립성 인정 △수어 독립 보장을 위한 정책 마련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부처에 한국수화언어법(아래 한국수어법) 준수 △방송·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수어통역 의무화 등을 촉구했다.

김철환 장애벽허물기 활동가는 “우리는 여전히 음성언어에 갇혀 수어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며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인 만큼 선열들의 피눈물 나는 외침과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도 음성언어에서 수어의 진정한 독립을 이루기 위해 여기 모였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수어 독립 만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수어 독립 만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여러 장애인 단체도 의견을 함께했다.

수어통역사로도 활동했던 조태흥 한국장애인연맹 기획실장은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농인이 의사표현 할 수 있는 언어인 수어를 독립적으로 인정하고, 방송권, 알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라며 “현재는 정부에서조차 한국수어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데, 이제는 법 제정만이 아닌 실질적인 실천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시각장애인인 곽남희 씨는 “시각장애인도 화면해설이 없어서 방송이나 영화에서 소외될 때가 많다”고 말하며 “그래도 시각장애인은 열린음악회, 가요무대를 볼 수 있는데, 청각장애인들은 노랫말을 자막으로 제공받는 것 외에 아나운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반문하며 방송에서 수어통역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수 KT새노조 손말이음센터 지회 사무국장은 “현재 전국에 33만 명인 청각장애인이 있다고 하는데, 18명(정원 40명)의 손말이음센터 중개사가 365일 24시간 응대하고 있다”며 “10명 중 1~2명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실정이고, 이마저도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손말이음센터 직원의 처우 개선과 정부의 현실적인 정책 운영을 촉구했다.

이어 고광채 위트라이프 대표가 수어로 ‘수어독립 선언’ 발표를 이어나갔다.

이들은 선언서에서 “수어는 농인의 언어로, ‘음성언어와 다른 독립된 언어’라고 밝혀진 바 있지만 농교육 현장에서 수어를 언어로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수어를 쓸모없는 손짓, 없애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며 “2006년 유엔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을 만들며 국제사회가 수어를 언어로 인정하고, 우리나라도 2016년 한국수어법을 제정했지만 수어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고, 농인들은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수어는 음성언어에 종속된 언어가 아니다. 한국수어를 독립된 언어로 대접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한국수어 독립 만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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