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게으른사람들 창작극 '밤이면 밤마다' 공연
야학에 몸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적 이야기 그려

▲극단적게으른사람들이 만든 창작극 '밤이면 밤마다'가 14일 학산소극장에서 열렸다.

"선생님은 야학이 순수해야만 한다고 말씀하셨죠.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이분들에게 언제까지 기역, 니은만 가르칠 수는 없잖아요. 한글 떼고 진급하고 검정고시 통과하면 그다음은요? 학생분들에게 필요한 건 차가운 희망이 아니라 뜨거운 욕망이라고요. 그걸 기영이가 건드린 거고요."

야학에 몸을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야학교사에 의해 무대에 올랐다. 작은자야학과 민들레야학 교사들의 연극모임 '극단적게으른사람들'이 만든 창작극 '밤이면 밤마다'가 14일 늦은 7시 30분 학산소극장에서 열렸다.

'평범한 이야기', '여우비', '밤이면 밤마다' 등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밤이면 밤마다'는 야학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 이들은 다분히 인간적이며 현실적인 야학의 모습을 통해 어떤 목적성으로 움직이는 야학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우러지는 공간으로서의 야학을 조명한다. 

10년 넘도록 야학에 머물면서도 여전히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을 모이게 했던 의미들은 서서히 일상이 된 채로 누군가 야학을 떠나거나 새롭게 찾아온다. '밤이면 밤마다'는 이들이 꿈꾸었던 이상이 어떤 물리적 가치로서 실현되지 못했을지라도 서로의 삶에 스며들었던 존재의 파장, 그 자체를 하나의 의미로 엮어 관객에게 전달해낸다.

▲'평범한 이야기'의 한 장면. 평범 역을 맡은 민들레야학 박장용 교육국장(오른쪽).

이번 연극의 연출은 두 야학에서 각각 국어과목을 담당하는 이경진 교사가 맡았다. 이 교사는 "야학이라는 공간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이들이 모이는 곳"이라면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이들이 매일 같이 부대끼다 보니 다양한 사건과 사연이 자연스레 발생하는데 이는 매우 연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우리에게는 평범하지만 다른 이들에겐 평범하지 않은 야학이라는 소재로 연극을 만들면서 살아간다는 것, 배운다는 것,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려 했다"라고 덧붙였다.

동운과 기영 역을 맡은 민들레야학 배이삭 교사대표는 "이번 연극은 좋은 경험이기도 했지만, 아직도 많은 넘어야 할 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라면서 "연극을 통해 배운 것은 흔들리지 않는 캐릭터를 나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들장애인야학 한명희 교사는 "야학 교사로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던 작품"이라면서 "특히 정신지체장애학생이 커피를 마시며 우는 장면에서 새로운 신입 교사는 어떻게든 학생을 달래주려고 하는데, 기존의 야학교사에게는 그것이 그저 일상이 된 풍경일 뿐이라서 묵묵히 컴퓨터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졌다"라고 밝혔다.

'극단적게으른사람들'은 작은자야학과 민들레야학의 교사들이 모여 만든 연극 수업 연구 모임으로, 야학에 다니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극 수업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연극 활동을 준비해온 이들은 14일, 15일 2회에 걸친 첫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했으며, 이후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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