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2.5.m 높이의 마르코 까발로, 병원 침대와 함께 행진
“정신질환과 정신장애에 관한 편견 없는 세상을 여는 자리 될 것”

병원 침대 뒤로 매드프라이드를 준비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바람이 담긴 메시지가 스크린에 올라있다. 사진 박승원
병원 침대 뒤로 매드프라이드를 준비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바람이 담긴 메시지가 스크린에 올라있다. 사진 박승원
 

정신장애인들이 10월 26일 열릴 ‘매드프라이드 서울’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소개하며 한국사회에서 매드프라이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지난달 30일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1층 다목적홀에서 가졌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장창현 원진녹색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매드프라이드는 정신질환,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자, 이용 경험이 있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미친’ 혹은 ‘광기 어린’ 정체성에 자부심을 느끼는 대중운동”이라고 소개했다.

‘미친 자부심’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매드프라이드는 ‘미친, 멍청이, 정신병자’라는 말들이 부정적 관점에서 악용되는 것을 막고, 긍정적인 관점으로 전환하기 위한 이른바 ‘언어 되찾기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치 7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흑인 민권운동에서 “나는 흑인이다, 그리고 자랑스럽다(I am black, and I am proud)”라는 구호를 외쳤듯이, 또 성소수자들이 퀴어(queer)라는 말을 ‘문란한’이라는 의미를 가진 비하적 표현에서 자기만의 자랑스러운 언어로 만든 것처럼 말이다. 

매드프라이드의 다양한 활동 가운데 참가자들이 병원 침대를 밀면서 거리를 행진하는 ‘침대 밀기(bed push)’ 퍼포먼스는 유명하다. 장 의사는 “시설에 들어가 침대에서 쉬는 것밖에 없었던 구시대적 치료에 관한 항의의 뜻으로 침대차를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정신병원과 시설 중심 정신보건 체계로 인한 ‘치료 선택지의 빈약함’과 ‘정신과 치료 현장에서의 강압적 행위의 만연’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다.

심명진 안티카 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강혜민
심명진 안티카 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강혜민
 

- 파란 목마 마르코 까발로, 병원 침대와 함께 광화문광장에 선다

매드프라이드 운동은 1993년 캐나다, 영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널리 퍼졌다. 마침내 10월 26일 대한민국 서울에서도 매드프라이드가 첫 번째 개최를 앞두고 있다. 매드프라이드를 준비하는 정신장애인 예술창작단 단체 ‘안티카’ 심명진 대표는 “병원 침대 세 대뿐 아니라 2.5m 높이의 마르코 까발로(Marco Cavallo)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마르코 까발로는 현재는 정신병원이 없는 나라로 알려진 이탈리아에서 과거 1973년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정신병원 폐쇄 운동에 뛰어들 때 만든 4m 높이의 파란 목마다. 이들은 마르코 까발로를 이끌고 거리를 행진하며 병원 중심 정신보건 체계로부터 해방을 향한 염원을 노래했다.

이러한 상징성을 가진 마르코 까발로와 함께 안티카는 오는 10월 26일 광화문광장을 한바퀴 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시청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해 이순신 장군 동상을 끼고 돌아 광화문삼거리를 거쳐 다시 세종문화회관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10월 26일 열릴 ‘매드프라이드 서울’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소개하며 한국사회에서 매드프라이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지난달 30일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1층 다목적홀에서 가졌다. 사진 강혜민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10월 26일 열릴 ‘매드프라이드 서울’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소개하며 한국사회에서 매드프라이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지난달 30일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1층 다목적홀에서 가졌다. 사진 강혜민
 

이들은 매드프라이드를 앞두고 정신질환과 정신장애에 관한 편견이 없는 세상을 바란다며 각자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박목우 안티카 활동가는 “매드프라이드 안에서 정신장애인이 함께 숨 쉬고 즐기고 웃는 시공간을 함께 만들고 싶다”라고 전했다. 박 활동가는 “정신장애인은 저마다 다른 증상과 함께 지낸다. 우리 안에 있는 이야기, 감정, 생각 그런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라며 “함께 놀고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간, 그런 광장을 열어주는 게 매드프라이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리 안티카 활동가는 “우리의 독창성과 특별함을 봐달라”라고 전했다. 그는 “모든 존재는 독립적이고 독창성이 있다고 하지만, 유독 정신장애인은 사회에서 쓸모없다고 여기며 무시당하는 일이 많다. 모든 존재가 독창적이면서 나답게 살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매드프라이드 준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재중 인권의학연구소 이사는 “단군 이래 정신장애에 관한 혐오가 최대치를 달리고 있는 것 같다. 중범죄만 일어나면 피해자가 정신질환이 있느냐 없느냐부터 따진다. 심지어 ‘조현병 범죄’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상황이다”라면서 “매드프라이드는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행사인 것 같다. 당사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모여 ‘내가 여기 있다’라는 걸 드러내고 밝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많은 연대를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안티카 활동가들이 서울 매드프라이드 행진에 쓰일 병원 침대를 가져와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 강혜민
안티카 활동가들이 서울 매드프라이드 행진에 쓰일 병원 침대를 가져와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 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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